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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계수영, 초긴축으로 광주시가 치러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최광식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사인을 위조해 유치신청서를 냈다. 재정지원이 없으면 대회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서류조작을 일종의 ‘국기문란’으로 보고, 절차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진통이 예상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책임은 광주시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지원철회 입장을 밝히고, 강운태 광주시장도 기자회견을 가진다고 한다. 세계수영대회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질 판이다. 정부는 국제 스포츠대회라고 다 지원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고, 광주시는 예산은 국회와 국민이 결정하기에 특별법을 만들면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의 절차주의와 광주시의 성과주의가 충돌하는 셈이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광주시는 수영대회 개최로 겪게 될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6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 돈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게 안 되면 대회의 차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를 ‘모든 국제경기대회’에서 ‘메이저대회’로 이미 축소한 바 있다. 메이저대회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 등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속하지 않는다.

정부가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 스포츠대회에 1년에 3000억원이 넘게 지원되는 비용을 줄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 또 일부 지자체가 ‘치적 쌓기’ 차원에서 스포츠대회와 전시회 등을 무분별하게 유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특히 재정 여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대회부터 유치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관행도 이 기회에 차단하겠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스포츠대회의 지원 대상을 ‘메이저대회’로 한정한 것은 그 방향이 맞다. 지자체장의 과시성 이벤트를 언제까지 정부가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번 사안은 국가의 공신력도 맞물린 만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특별법을 만들면 된다는 강 시장의 발언은 너무 무책임하고, 또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도 아니다. 주변 시도의 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등 초긴축대회를 치르고,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시민과 기업이 십시일반 도우는 형태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 범위에서 각종 행사를 기획하는 기본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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