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낭만과 평화의 상징이지만 위협으로부터 비엔나를 구해 주진 못한다. 광풍처럼 몰아친 매카시 열풍의 풍자이기도 했던 이 영화에서 고독한 총잡이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스털링 헤이든은 제2차 세계대전 중 CIA의 전신인 전략정보국의 첩보원으로 활동했다. 헤이든은 유고슬라비아 파르티잔에게 총기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고 유고와 파시스트 정권이 장악한 이탈리아를 통해 획득한 물품과 정보를 미 전략사무국에 전달하는 핵심역할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티토 정권과 친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첩보원으로 활동한 의외의 인물 중에는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의 선수로 뛴 모 버그가 있다. 그는 독일의 나치 정권이 원자폭탄을 설치했다는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성공적인 첩보활동 후 은퇴해 흩어졌던 레전드급 CIA요원들이 최근 다시 뭉쳤다. 최강의 살상무기 ‘밤 그림자’를 제거하라는 명령에 모처럼 전설들은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영화 ‘레드: 더 레전드’의 이야기다. 영화배우 이병헌이 브루스 윌리스, 앤서니 홉킨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레드’가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병헌 효과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