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이 사라졌다. 원래부터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이후에 삭제 됐는지는 몰라도 지금 국가기록원 공식 문서 보관 시스템인 팜스(PAMS)에는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없다는건 분명하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 시절 고의적으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팜스에서 삭제했다고 하고 있고 반대로 새누리당은 애당초 노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넘기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이는 역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의원의 주장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23일 NLL 논쟁을 그만 끝내자고 하며 “(대화록 실종)여기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사실 관계를 차분히 규명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서 풀어갈 사안이 아니다. 역사의 기록이 없어졌는데, 여야가 합의해서 해결한다면 정치권은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NLL 포기 발언의 진위 여부보다는 사초(史草)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검이든 검찰이든 간에 수사가 필요하다. 만일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여기에 반대한다면 이는 스스로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정치권은 역사적 기록물에 대한 진위여부를 두고 서로 말을 바꿨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민주당은 애당초 국가정보원에서 공개한 대화록을 믿을 수 없다며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을 봐야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대화록을 찾지 못하자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 사전 사후 자료와 국정원의 대화록을 함께 검토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공개한 문서를 원본이라고 이미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 원본을 (대화록) 원본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국정원 소장 대화록이 조작이었다고 주장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새누리당도 말 바꾸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는 국정원 소장 대화록이 실제 원본과 차이가 없다고 하더니 지금은 국가기록원 소장 대화록을 꼭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것이 원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땅히 있어야할 역사적 문건이 없으니 이것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혹은 특검이 수사에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먼저 국가기록원의 팜스 시스템에서 자료 삭제 흔적이 있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명박정권에서 이 자료를 폐기 처분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삭제의 흔적이 있다면 언제 삭제 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두 번째는 이지원 시스템의 사본이라도 구동해서 이지원 시스템에 이 문건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여기서 사본을 말한 이유는 이미 지난 2008년 검찰수사 때 봉인을 해제해 구동시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사본에도 없다면 문제는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첫 번째는 원본과 사본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 회고록을 쓴다는 명목으로 이지원 시스템 사본을 봉하마을로 들고 갔다가 검찰 수사 때문에 다시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적이 있는데 만일 사본에서 대화록을 발견할 수 없다면 이는 사본을 조작해서 건네줬을 가능성이 있고,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밝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두 번째로 이런 상황에서는 정본을 구동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누가 누락시켰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런 논란을 정치권이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만하자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역사 앞에는 누구도 하나의 작은 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치권 모두는 명심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