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발생한 연속 지진은 지진 관측 기술의 발달로 미세 지진까지 관측한 결과나 이례적인 연속 지진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지진에 대한 밀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재해는 인간을 향한 신의 경고’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가족과 집을 잃어도 거대한 자연 앞에 할 말을 잃는다. 21세기에 발생한 자연재해 중 사상자 발생순으로 보면 5위 안에 지진 피해가 3건이나 있다. 사망자가 7만여명에 이르는 중국 쓰촨성 지진이 5위, 사망자가 8만6000명 가까이 되는 인도의 카슈미르 지진이 4위, 그리고 31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피해를 본 아이티 지진이 1위다.
지진은 피해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규모 4.9의 지진이 전라남도 신안군(2013.4.21.)과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2013.5.18.) 인근 해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백령도 지진은 과거 유사 규모의 지진에서 수차례의 여진만 발생했던 것과 달리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20회, 2.0 이하의 작은 지진이 100회 이상 발생하였다. 또 전라북도 군산시 어청도 인근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15회 발생했다.
이처럼 서해를 중심으로 발생한 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그리고 주변에 존재하는 다른 지각판과의 충돌에서 생기는 에너지가 축적되다가, 단층과 같이 약한 부분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의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기존 지진파만을 이용한 해석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해상의 단층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단층 정보는 앞으로 그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와 영향 범위를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재난ㆍ재해의 예방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내진 설계의 주요 정보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진 연구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반도의 지진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가 턱없이 부족해 주변국보다 과학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기상청은 주변국에 비해 다소 늦긴 했지만 지진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진발생 연구ㆍ개발에 대한 투자를 시작, 짧은 기간에 한반도 하부의 지각 구조를 해석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지진의 특성을 면밀하고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나라 안팎의 지진과 백두산의 화산활동 증가, 북한 핵실험에 의한 인공 지진의 가능성 등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현재로서는 기상청이 핵심적인 소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상청은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인 지진ㆍ화산 감시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정부 주도의 지진 연구를 위한 주체 역할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서해에서 발생한 연속 지진은 지진 관측 기술의 발달로 미세 지진까지 관측한 결과나 이례적인 연속 지진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지진에 대한 밀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기상청은 그 경고가 사고가 되지 않도록 지진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국가 재난관리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