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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인배> 대형공연장들의 동병상련(同病相憐)
얼마 전에 몇몇 대형 공연장 대표들이 모였다. 한 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느 원로배우의 공연을 함께 관람하자는 취지의 모임이었지만, 참석률이 높았던 것은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눠보자는 의도도 깔려 있었던 듯하다.

공연 관람 후 차를 마시면서 나누었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나름 정리해 보니 참 고질적인 난치병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나온 이야기는 재정압박 문제다. 국가재원이든 지방자치단체 재원이든 세수입이 줄어드니 내년도 지원총액이 줄어들 것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공연장이라는 거대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은 물가상승률만큼 올라갈 것이고, 그 시설을 운영해야 하는 사람들의 인건비 또한 상승하게 되어 고정비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새로운 창작작품 개발 등을 통해 공연의 질적 수준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기획(정책)사업비 부분이나 객석나눔, 찾아가는 공연 등 문화복지 부분에서의 삭감이 불가피하다.

이미 오래된 공연장들이다 보니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최선이 아니냐”는 사회적 인식도 널리 깔려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기존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보다는 또 다른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쪽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는 경향도 있다. 그 결과 전체 문화예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는 하였지만 기초예술 분야 지원의 예산 증가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렇듯 신규 콘텐츠 개발 예산과 기초예술 분야 지원 예산의 증가는 한계에 부딛칠 수밖에 없어 정체된 레퍼토리가 계속될 경우 머지않아 관객의 외면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거대 공연장들이 건립될 당시에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이를 유지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예산 수립이나 재정 운영에서 기관장의 재량권이 거의 없고, 실제 역대 기관장들의 평균 재임기간 또한 매우 짧으니, 그냥 2~3년짜리 계약직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마다 그럭저럭 운영이 유지되고 있으니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과장된 엄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재정 자립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식음료매장의 운영이나 기업의 이미지 홍보와 병행된 후원 협찬 유치 등이 제시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대부분의 대형 공연장에서 실제 활용되고 있다. 대형 공연장들이다 보니 아직 상업적 매장을 운영하거나 광고판을 설치할 공간의 여유들은 많이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로가 소극장 거리에서 이제는 상업 중심의 거리로 바뀌어 정작 공연자들은 발붙이기 어려운 곳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공공 공연장으로서 어느 정도까지가 ‘광고 공해’ 또는 ‘지나친 상업화’라는 시민들의 비난을 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도심 가운데에서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원이 여유로운 휴식을 주듯이 공연장들도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문화예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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