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전담 기관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 내년 상반기까지 금융감독원(금감원)에서 분리, 독립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태스크포스는 당초 금감원 내에 인사와 예산권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두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분리 독립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로써 금융감독 시스템은 소비자 보호 중심의 금소원과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 양대 축으로 나뉘게 됐다.
금소원의 분리 독립은 일단 그 방향이 맞다. 사실 그동안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 체계가 매우 취약했다. 일반 소비자가 깨알 같은 약관을 일일이 읽어보기도 어렵고, 그나마 대부분이 금융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 요식적인 설명으로는 이해가 부족한 상품이 수두룩해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았다. 지금도 진행 중인 키코(KIKO) 사건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많은 서민을 곤경에 빠뜨렸던 저축은행 사태도 따지고 보면 금융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의 결과다. 오죽하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약까지 했겠는가.
금감원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공연히 감독 기관 수만 늘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금감원 업무는 아무래도 금융기관 재무 건전성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과 소비자의 이해가 서로 충돌하면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 보호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신설하고 영국이 감독과 규제 전담 기관을 따로 분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호주 캐나다 등도 별도 금융소비자 보호 기관을 가동하고 있다. 금소원 독립은 글로벌 추세에도 부합하는 셈이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기대가 크겠지만 금융기관으로선 시어머니만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이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야 금소원 독립의 의미가 있다. 우선 두 감독기관의 권한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도한 자료 요구나 중복 검사 방지 방안 마련 등은 필수다. 단독 검사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기관 간의 협업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독기관 협의체를 운영, 정보를 공유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 금융기관의 수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