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무려 20만4698명이 원서를 제출했다고 안전행정부가 밝혔다. 공무원 공채제도가 실시된 이래 지원자가 20만명이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년처럼 이번 지원자들도 대부분 대학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라고 한다. 금년도 대학 졸업자가 4년제와 2년제를 합쳐 48만여명 정도인데 대략 이들 중 절반가량이 하위직이라도 공무원을 하겠다고 몰려든 셈이다. 안행부는 예년보다 선발인원이 늘어났고, 선택과목에 사회 과학 등을 추가해 시험이 쉬워진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런 점도 있겠지만 민간과 공공 부문 가릴 것 없이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 더 크다.
실제 청년층의 취업난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말 현재 20대 청년 고용률은 58% 정도로 전체 평균 60% 선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1년 미만 계약직이 크게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는 대기업, 금융기관 등은 올 상반기 대졸자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많이 줄였다. 그렇다고 하반기에 크게 늘릴 것 같지 않다. 대졸자 중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 경우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젊은이들 사이에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인간관계도 모두 포기하고 산다는 이른바 ‘4포 세대’라는 자조적인 말조차 나오고 있겠는가.
젊은층의 취업 기회 확대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정부가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물론 박근혜정부는 지난달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일자리 만들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주력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우선이다. 서비스 산업 등 고용 효과가 높은 분야와 관련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 보다 탄력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당사자인 청년들도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공무원 지원자가 늘어나는 것은 갈수록 고용안정성을 취업의 잣대로 삼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에서 세계와 경쟁하고, 혼을 담은 창업 정신 발휘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직을 선호하는 것이다. 지금도 중소기업은 일손이 달려 쩔쩔매고 있는데도 좋은 일자리만 고집하면 일자리가 보일 턱이 없다. 공무원을 하겠다고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현실이 답답하고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