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앞으로 민생현장에 뛰어들 것”, “서민과 중산층이 먹고사는 것, 우리가 해결해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각각 지난 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와 24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말이다.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그리고 남북정상대화록 실종 등 ‘메가톤급 정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는 각 당 대표지만, 말 만큼은 ‘민생’이 우선이라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말 뿐 이니다. 직접 전국을 누비며 ‘현장 최고위원회의’ 또는 ‘민생탐방투어’를 이어가는 투혼을 보여줬다. 황우여 대표는 25일 경기도 화성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현장을 방문, 지역공약 약속 이행을 재확인했다. 김한길 대표 역시 하루 앞서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서 아파트 관리비 비리 문제 해결에 민주당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황우여ㆍ김한길 두 대표와 각 당이 최근 보여준 민생탐방은 어딘가 어설프다.
황 대표와 새누리당 최고의원들이 이날 GTX 공사현장이라며 단체로 몰려간 곳은 같은 선로로 다닐 수 있도록 염두해 두고 공사 중인 수서-평택간 KTX 건설 현장이다. GTX는 새누리당이 10년 전부터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지만, 아직 착공 조차 불투명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막상 당선된 후에는 재원 마련을 이유로 이행을 주저하고 있다.
김 대표가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방문했던 서울 성북구 석관동은 서울에서도 손 꼽히는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다. 이 곳에서 아파트 단지라 부를 만한 곳은 두 세 곳에 불과하다. 김 대표와 민주당은 공동주택 관리비가 남의 일인 곳에 가서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박수를 구걸한 꼴이다.
정쟁 끝내고 민생하자는 여야 대표의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정작 민생을 보는 ‘눈’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차라리 말이나 못했으면 좋을 것을. 짜증나는 정쟁이 끝나더라도 그 다음 대한민국 정치는 한심한 민생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