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8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북한에 대화 속개를 촉구했다. 류 장관은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은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재발 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더 큰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논의할 회담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의 대북 제의는 대화로 정상화를 하자는 것이 우선 목적이지만 여차하면 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는 것을 보다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최후통첩의 성격이 더 짙다. 그만큼 우리 정부의 고충이 크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의미가 컸을 것이다.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은 지금 가동 중단 넉 달을 넘기고 말았다. 더 이상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공단의 기능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폐쇄라는 강경카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은 그동안의 실무회담에서 쳇바퀴 돌리기에 급급했다. 물론 통행ㆍ통신ㆍ통관 등 이른바 ‘3통’에 대해서는 다소 숨통을 텄지만 핵심사안인 재발방지에 대해선 되레 ‘정상운영을 저해하는 일을 일체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앞세워 결국 회담을 파국으로 몰았다. 그들이 늘 주장하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나 한ㆍ미 합동군사훈련 등 핑곗거리가 생기면 언제라도 공단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내막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대화의 여지가 확실히 남아 있다는 의미로도 달리 해석이 가능하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남북관계는 늘 이보다 더 했다. 그런 점에서 류 장관이 전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 압박카드를 꺼낸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또 유감이다. 남북 실무회담이 6차에서 결렬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이런 초강경 카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가 다소 시간을 두고서라도 냉각기를 갖고 지혜를 모아 다시 대북접촉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 회담도 개성공단의 운명도 이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 설령 북한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회담도 개성공단도 운명을 다하게 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과연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는지 류 장관의 설명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