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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트로이트市 파산의 값진 교훈-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미국 자동차산업의 요람인 디트로이트시가 지난 18일 결국 파산했다. 디트로이트의 부채는 약 180억달러(약 21조원)로 추산된다. 미시건 주정부는 변호사 케빈 오어를 비상관재인으로 임명했지만, 채권자와 공무원 노조의 양보를 얻는데 실패해 파산이 불가피해졌다.

파산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차적으로 미국 자동차 3사의 쇠락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대형차 생산과 수입규제에 안주해온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는 일본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완패했다. 에너지 효율과 가격ㆍ서비스를 앞세운 일본차의 파상공세에 시장을 내주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GM과 크라이슬러를 파산으로 내몰아 정부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자동차 관련 산업의 침체로 각종 세입이 줄어들고 지역경제기반이 약화됐다. 자동차 노조의 무리한 임금 및 복지 인상 요구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됐다. 공무원 노조도 꾸준히 임금과 연금 인상을 관철시켜 시 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임금ㆍ연금 인상→부채 증가→이자율 상승→시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특히 1976년 인종 폭동 이후 도시의 치안상태가 나빠지자 중산층이 대거 교외로 빠져나갔다. 결국 범죄와 빈곤과 인종갈등의 3중고에 시달리고 인구와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는 도시사양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지표로 보는 디트로이트의 실상은 참담하다. 빈곤율 37.6%로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로 선정됐다. 1950년대 미국 최상위 주민소득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실업률 18%대로 전국 평균 7.6%를 2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2000~2012년 사이 25만명이 도시를 떠났다. 2012년 20만명 이상 도시 중 살인범죄율 1위이고, 신고범죄 해결률이 8.7%로 주 평균 30.5%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미래는 있을까.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손실분담비율, 연금삭감액 등을 둘러싸고 지리한 법정 분쟁이 이어질 것이다. 급여 및 복지 삭감, 공무원 연금 축소가 불가피하고 차입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이자율도 급등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시가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다. 상공회의소 회장 샌디 바루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면 현안을 해결하려 나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도심 재건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베드록 부동산 투자그룹의 단 길버트가 주도하고 있는 개발 플랜은 도심을 하이테크와 하이컬처가 연계된 허브로 재개발하는 구상이다. 디트로이트 벤처파트너스를 만들어 80여개 창업기업을 유치ㆍ지원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켄터키주 등이 파격적인 세금감면과 안정적 노사관계 등을 내세워 해외의 자동차산업과 항공산업 등을 적극 유치해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에 성공한 것은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디트로이트 파산은 우리에게 값진 교훈을 준다. 첫째로 기업이 떠나고 산업기반이 무너질 때 그 도시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한 때 중서부의 파리라 불린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자동차산업 쇠락, 대체산업 유치 실패가 초래한 인재(人災)이다.

둘째로 방만한 살림살이에 대한 경고음이다. 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공공투자, 과도한 연금지급 등이 주범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44개 지방정부 중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 못하는 곳이 38개로 15.6%나 된다. 지방세로 인건비를 충당 못하는 지자체는 125개로 51.2%에 달한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9년 53.6%에서 금년 51.1%로 하락했다. 지자체의 채무는 27조원 규모로 아직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경제침체가 계속될 경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지자체의 공공투자나 개발사업도 상당수가 부실에 빠져있다. 객관적인 비용편익 분석이나 사업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투자 사례가 적지 않다.

세출구조조정도 미흡한 형편이다. 지방정부는 세입에 맞추어 예산을 집행하는 양입제출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공자의 말처럼 정치의 요체는 재물을 아끼는 것 ‘政財節制(정재절제)’이다. 차제에 재정건전성의 참 뜻을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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