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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역겨운 국세청 비리와 근면성실 납세자들
국세청의 비리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CJ그룹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국세청 게이트’로 비화하면서 수사망이 어디로까지 확대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장에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비리 사슬 앞에 지위고하가 따로 없었다고 해도 달리 항변할 수 없게 됐다. 신뢰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국세청더러 “내가 봉이냐”고 선량한 국민들이 들고 나서기라도 하면 어쩔 건가.

서울중앙지검은 30일 서울지방국세청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미화 30만달러(3억3000만원)와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전 전 국세청장을 몸통으로 지목한 때문이다. 검찰이 국세청을 또다시 압수수색하는 것만으로도 낯 뜨거운 일인데 이번을 포함해 검찰과 세 번째 악연을 이은 전 전 청장을 지켜보자면 더 민망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장을 받은 전 전 청장은 2007년 인사 청탁 수뢰로 현직 청장 신분에서 감옥살이를 했고, 2009년에는 그림 로비 관련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로서는 더 이상 추잡할 수 없는데도 이번에 또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관련 혐의에 대해 펄쩍 뛰고 있어 지금으로선 허 전 차장의 ‘배달사고’ 가능성이 높다지만 국세청 개혁을 위한 당위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명명백백 철저하게 가려야 할 대목이다.

정부기관장 가운데 가장 옥살이를 많이 한 기관장이 곧 국세청장이라는 자리다. 역대 국세청장 19명 중 인사 청탁, 탈세 묵인, 불법 대선자금 모금, 세무조사 무마 등 직분상 가장 피해야 할 불법행위의 대가로 뇌물을 받아 불명예 퇴진한 이가 8명에 이른다. 청장에서 말단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따지면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다. 나라 곳간을 쥐락펴락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화를 부른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지금 국세청은 그 어느 기관보다도 더 바빠야 할 입장이다. 경기침체로 국세수입 차질이 올 상반기만도 10조원에 육박한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반 토막 난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경영이 위축되고 소비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복지과다로 지출은 눈덩이로 불어나는 데 세수부진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리 사슬에 묶인 국세청이 과연 지하경제 양성화나 합리적인 세무조사를 제대로 수행해 낼지 근본부터 의문이다. 대다수 근면성실 납세자들의 꺾인 의욕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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