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성범죄의 ‘온상’을 넘어 ‘소굴’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고려대를 비롯해 육사,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과학기술원, 영남대, 가천대 등 특정 대학을 지칭할 것도 없이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봇물이다. 겉으로 노출만 되지 않았을 뿐 얼마나 더 많은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한 남학생이 여학생 19명의 신체를 촬영해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들통 난 고려대 사건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찍다 걸려 사실상 해임됐다. 2년여 전에도 이 학교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해 큰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 5월, 육사에서 술을 먹은 생도가 후배 여생도를 숙소에서 성폭행해 학교장인 3성 장군이 전역조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같은 달 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으로 옷을 벗었다. 2012년 4월에는 가천대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1년 7월에는 영남대 교수가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시끄러웠고, 2011년 2월에는 KAIST에서 성희롱사건으로 교수가 사퇴했다. 2010년 11월에는 서울의 한 대학 교수가 제자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64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것만 해도 이 정도다.
대학에서의 성범죄는 주로 남자 교수와 여자 제자 사이의 일로 치부되었다. 교수가 ‘갑’이고, 학생이 ‘을’이라는 개념 속에 생긴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빠르게 늘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고려대 의대생 사건과 육사 사건이 그 대표적 예다. 지성과 열정, 꿈과 낭만의 산실인 대학이 어쩌다 파렴치 범죄 소굴화가 되는 지경까지 왔는지 암담하고 답답할 뿐이다.
대학사회에서의 성범죄 교육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생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교수와 직원들도 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활보하는 대학은 언제든 성 범죄의 목표가 된다. 대학마다 성추행 성폭행 전담 책임자를 반드시 둬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적극적인 예방과 신속한 사후 대처가 가능하다. 아울러 음주 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대학이 함께해야 할 일이다. 성범죄 예방은 물론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서도 그렇다. 대학이 지성과 학문의 요람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하루빨리 되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