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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비치사커
공 차는 행위는 하나이지만, 게임의 룰은 5종5색이다. 기원전 3세기 동아시아의 축국(蹴鞠)은 요즘 축구 비슷한 종목과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랠리를 벌이는 세팍타크로 닮은 것 등 다양한 세부종목이 있었다. 당서(唐書)는 ‘고구려는 축국을 잘했다’고 치켜세운다. 그때 벌써 ‘공한증(恐韓症)’이 있었을까. 고대 그리스의 하르파스톤은 차기와 던지기를 하면서 상대 진영을 점령해 나가는 경기라는 점에서 럭비풋볼과 유사하다.

규칙상 볼을 땅에 떨어뜨리지 말아야 하는 세팍타크로는 정확한 볼터치와 토스, 역동적인 오버헤드 스파이크가 예술이다. 볼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는 룰을 가진 럭비풋볼에는 미세한 허점을 파고들어 질주하는 ‘대박 터치다운’의 짜릿함이 있다. 축구는 송곳 패스, 슈팅의 과학, 숱한 전술 포메이션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요즘 수비형 축구가 유행인데, 룰이 바뀌면 새로운 재미를 줄지도 모르겠다. 실내경기 풋살(풋볼+살롱)은 축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경기장에서 패스 예술을 감상할 수 있지만, 잔패스 실수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킥& 러시’ 원터치 골인이나 원거리 강슛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비치 사커’는 백사장에 풋살만 한 칸막이를 치고 공을 찬다고 해서 비치와 살롱을 합친 ‘비살(beasal)’로도 불린다. 바운드가 없으므로 발리슛 경연이 펼쳐지고 공이 구를 때 슈팅하려고 선수들이 모래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4일 경남 남해 은모래해수욕장에서 막을 내린 전국 비치사커대회는 역동의 결정체라는 이 종목의 매력을 잘 보여줬다. 5종5색의 룰은 저마다의 매력을 낳는다. 선수 관중 심판이 ‘룰’의 매력을 공유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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