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5일 기습적으로 단행한 청와대 비서진 인사는 내용상으로도 깜짝 놀랄 만하다. 파격에 의외성이 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74세의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정무수석에 박준우 전 주유럽연합ㆍ벨기에 대사를, 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을, 미래전략수석에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을,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임명했다. 취임 5개월 만에 청와대 참모 절반을 교체한 셈이다.
이번 인사를 둘러싸고 나오는 문책성 등의 뒷말은 국정을 보다 더 강하게 다잡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온건 대신 강단있는 이들을 기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비서실장은 과거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간여했고, 고 육영수 여사 저격범인 문세광을 직접 심문했고, 박 대통령에 대해 지근에서 오랜 세월 정치적 자문을 해온 ‘원로 7인회’의 멤버인데다, 최근에 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는 등 박 대통령과는 누구보다 더 각별한 인연을 지닌 인물이다. 이런 전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걸림돌이라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일각에서 오히려 이런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도 충분히 일리 있다.
그러나 김 비서실장이 과연 적격이냐에 대한 의문은 클 수밖에 없다. 청와대 시계가 거의 20년 이상 거꾸로 돌았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니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에 불만을 품고 장외로 나간 민주당이 “과거에 많은 공작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엄중한 정국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가 시청 앞 임시 천막당사를 찾은 김 비서실장과 신임 수석들을 박대하다시피하며 “자신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일갈한 것도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했으리라 본다.
더 우려가 커지는 것은 정무수석의 낯선 기용 부분이다. 외교관 출신이 정무수석에 발탁된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도대체 박준우가 누구냐”고 한목소리로 자문했을 정도라고 한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꼬여든 정국을 해소하고 장외 정국을 풀자면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지닌 인물이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물론 국정과 현실정치를 분리해 국사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최상의 선택이라기엔 아쉬움이 크다. 두 말 필요없이 새 참모진은 성과로서 우려를 씻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