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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한만희> 과도한 주택시장 규제와 경제
분양가상한제·양도세 중과
침체 주택시장 살리는데 걸림돌로
정치권, 국민정서 눈치보기 탈피
상황에 맞는 과감한 결론을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면 한국경제는 산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을 비롯한 실물경제가 곤두박질치던 때 한 국제기구 전문가의 조언이었다. 부동산 투기를 사회악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필자는 처음엔 의아하게 들렸지만 부동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를 잘 아는 그가 다소 역설적이지만 경제의 큰 흐름을 위해 과감한 정책 전환을 강조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이 말에서 참고할 점이 있다.

우리는 국민 정서에 조금이라도 거슬린다 싶은 정책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시행에 주저하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자 감세’다. 당연히 저소득층보다 부자에게 더 과세하는 게 사회 정의에 맞다. 그러나 그 부담이 부자들도 못 견디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심지어 나중에 혹시 부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만으로 기존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기까지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큰 흐름을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의 대표적인 규제인 분양가상한제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IMF 위기 때에 폐지됐다가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자 2007년에 다시 시행된 제도다. 당시 미분양 걱정이 없는 주택업체들은 가격을 크게 올렸고, 높아진 분양가가 주변 집값까지 올려놔 세입자 등 저소득층이 고통을 받게 됐기에 정부가 신축주택의 분양가를 묶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택시장은 6년 전과 다르다. 집값은 약세이고 서울 시내에서도 미분양이 수년째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변화된 상황에 맞게 바꾸질 못한다. 2009년에 처음 폐지안이 제출됐으니 벌써 4년째 논의만 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집값 급등이 반복된 사례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일부 국민과 정치권의 반대 때문이다. 과연 이런 우려가 적절한가?

지금도 신축주택을 분양할 때 위치가 좋은 일부 단지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거나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수요자들도 집값 상승으로 큰 이익을 내던 시기는 지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매매차익을 기대한 가수요는 사라졌다. 오히려 많은 주택업체들이 할인된 분양가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등 주거 약자 지원책이 갖춰졌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실제 분양가가 낮아 실익이 없는데 왜 폐지하려 하느냐고 묻는다. 물론 폐지의 실익은 줄었다. 그러나 단지별로 여건이 다르기에 다소 현실화된 분양가를 책정하면 굴러갈 수 있는 단지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예로서 위치가 좋은 서울 시내 재개발지구를 들 수 있다. 이들 재개발지구는 수익성 부족으로 대부분 중단된 상태로서 이곳에 낡은 집을 갖고 있는 많은 저소득층 조합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능하다면 다소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해서라도 사업이 재개되도록 하는 것이 이들 조합원을 도와주고 시장도 안정시키는 길이라고 본다. ‘부자 특혜’ 우려에 대해서는 상한제를 신축적으로 적용하면 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등의 세금 중과 역시 주택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규제다. 이는 대출받아 집을 산 실수요자는 물론 중개업자, 이삿짐센터 등 영세자영업자들까지 모두 고통을 받게 한다. 또 살 능력이 있는 수요자들마저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세를 찾는 바람에 저소득층이 월세나 사글세 또는 외곽으로 밀려나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경제 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저소득층 서민은 물론 우리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도 이를 적기에 개선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더 어둡다. 과도한 규제는 폐지 또는 적정 수준으로 완화해 나가야 정부 정책의 신뢰가 회복되고 부동산시장 정상화도 가능하다. 국회에서 조속히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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