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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보험금 타려고 天倫도 저버리는 사회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 등 3대 일가족 13명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챙기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가족은 2005년부터 자동차로 전봇대를 들이받거나 사고 차량 탑승자 수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30여차례에 걸쳐 6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뜯어냈다.

하지만 더 놀랍고 충격적인 것은 천륜(天倫)도 저버린 주범격인 40대 엄마다. 그는 딸 명의로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뒤 툭하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받아왔다. 그러다 딸이 빌라 3층에서 추락, 척추를 크게 다쳤는데도 의사의 수술 권고를 거부하고 일부러 방치했다.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으면 1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의 바람대로 딸은 평생 불구가 됐다. 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 흉포화되고 있다지만 이젠 친딸을 보험금 타내는 도구로 여기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그 인면수심(人面獸心) 행태가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하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새는 민영보험금은 2010년 기준으로 연간 3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반면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한 해 동안 지급하는 보험금은 27조4000억원 정도다. 결국 지급 보험금의 10%를 훨씬 넘는 돈이 새고 있는 셈이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입자들 몫이다. 이로 인해 올해의 경우 가구당 27만원의 추가 보험료를 물어야 할 판이다.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릴수록 공공보험인 건강보험 지출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범죄는 그 피해가 국민 모두에 파급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중범죄다. 하지만 그 수법이 워낙 치밀하고 지능적이어서 좀처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실제 보험업계는 적발되는 보험사기와 범죄는 발생 건수의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법체계를 더 강화하고 업계와 관련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면 보험범죄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우선 보험범죄 가담자는 반드시 중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가령 가담 병원은 즉각 퇴출시키고 의사는 영구제명하는 등의 강력 조치가 필요하다. 일벌백계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모방범죄를 다스리자는 것이다. 제도적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 아무리 작은 교통사고라도 경찰 신고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급하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 경찰의 사고 증명서를 첨부케 하면 일명 ‘나이롱 환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것 말고도 보험 범죄 조사를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와 별도의 보험범죄법을 신설 등에 더 적극적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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