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최경환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충남의 한 지방대학을 찾았다.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 중인 야당에 “우리는 민생현장에 간다”며 큰소리를 치고 나온 걸음이다. 현오석 부총리, 서남수 교육부 장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등 정부 최고위관료들까지 참여했다. 평소 지방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높은 분’들이 대거 출동한 셈이다. 당연히 학교에서는 교수들이 참석했고, 창업동아리 소속 대학생도 여럿 초청됐다.
3시간 조금 넘게 진행된 행사는 학생들의 발언과 학계 교수들의 의견을 더해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들의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27명의 토론자가 자신의 발언을 한 차례씩 하고 지나간 게 절반 이상이다. 대학생을 위해 마련한 행사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제외하면 참관하는 이들도 없었다.
서울이나 수도권 소재 대학은 어떨지 몰라도 사실 방학 중 지방대에는 학생이 별로 없다. 학원에 다니기 위해,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 캠퍼스를 떠나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날 토론 주제는 ‘대학창업 증진’인데, 실제 대학가에서 일부 공과대학 등 과학 분야를 제외하면 ‘창업’을 준비 중인 학생의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대학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창업학부가 있다 보니 적잖은 토론자들이 나선 듯은 했다. 아마 이날 행사 준비한다고 학교 측은 꽤 분주했으리라.
최 원내대표는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처럼 스펙 없이 창업에 성공하는 것이 한국에서도 가능해야 한다”며 행사 내내 창업을 독려했다. 이런 얘기까지 듣다 보니 문득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등 이른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대학생들은 도전정신과 열정,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사실 저커버그와 잡스의 창업 성공에는 넉넉했던 집안 사정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
정치인과 관료들의 현장방문은 필요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한 방문인지 미리 심사숙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고려대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