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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대차 노사 인내심 갖고 더 대화하라
현대자동차에 ‘8월의 파업 악몽’ 재연 조짐이 뚜렷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가 일방적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이어 노조는 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신청을 했으며, 1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하는 등 정해진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단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강행해 왔다. 지긋지긋한 현대차 파업은 올해도 비켜가기는 어려울 모양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당장 하반기 국내 공장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작년에도 파업으로 국내 판매와 수출이 각각 30%가량 줄었다. 이로 인한 손실은 1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 독일의 폴크스바겐, 일본의 도요타와 르노닛산에 이은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파업 고질병을 고치지 못하면 어렵게 쌓은 지금의 위치를 지키기 힘들다.

실제 잦은 노사 갈등으로 현대차의 경쟁력은 처질대로 처진 상태다.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7시간으로 포드(20.6시간)와 닛산(18.7시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반면 임금은 미국, 일본과 거의 비슷하다. 그나마 현대차가 버티고 있는 것은 해외 공장의 생산성 덕분이다. 더욱이 애국심에 기댄 마케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국내 자동차 시장의 10%가량을 수입 외국차가 차지하고 있다. 가격과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제품은 소비자가 찾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파업은 결국 노사 양측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뿐이다.

노사는 인내심을 갖고 이견을 좁힐 수 있도록 더 노력하기 바란다. 적어도 파국은 면해야 할 게 아닌가. 우선 노조는 과도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 임단협 안을 통해 노조가 내건 요구안을 모두 들어주면 회사 측은 연간 1인당 1억원 상당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도 현대차 임직원의 평균 임금이 9400만원 정도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다.

엄청난 빚에 못 이겨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사례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한때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영화를 누렸지만 잦은 파업과 경쟁력 저하로 공장들이 대부분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해버렸기 때문이다. 파업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행위다. 노사 모두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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