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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 안목이 아쉽다
4대강 녹조를 두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목청을 높이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신경전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의 최선봉에 서 있었다. 그런 부처들이 오히려 이 사업에서 거리를 두려고 안달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못해 측은해 보인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진행하고 평가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이해에 얽매여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국민들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4대강 녹조와 관련한 일련의 환경부 측 언급은 과연 이들이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인지를 의심케 한다. 4대강 사업이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MB정부 때 공무원들을 동원해 녹조를 인위적으로 걷어낸 사실이 있음을 고자질까지 했다. 더욱이 윤성규 장관은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당장 해결하기보다 문제가 드러날 때까지 두고 보라는 식의 발언까지 했다니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녹조로 인해 국민 건강 등이 위협을 받으면 이를 제거하는 게 당연한 임무라고 반박했다. 녹조를 감춘 게 아니라 할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쟁 자체가 부끄럽다.

특히 환경부가 MB정권 때 녹조를 제거한 사실을 이제와 까발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무슨 큰 비밀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 환경부는 당시에 4대강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가만히 있었는지 말을 해야 할 것이다. 녹조든 뭐든 심각한 상황이 닥치면 공무원이 나서 제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홍수가 나면 공무원이 동원돼 복구작업을 하는 것도 정상이 아닌가.

보를 막으면 물 흐름이 느려지고, 여름에 수온이 올라가 녹조가 생기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뻔 한 사실을 가지고 논쟁거리를 만들기보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한다. 그게 부처 간 벽을 허무는 것이다. 부처를 방어할 선을 먼저 쳐놓으면 갈등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을 같이하고 녹조가 생기자 덮었던 문제를 끄집어내 쟁점을 만드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녹조 논쟁은 정권이 바뀔 때 나타나는 공직사회 해바라기 처신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4대강 논란뿐이 아니다. 감사원도 4대강에 대해 갑자기 문제가 있다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또 잠실 제2 롯데월드도 노무현정부 때는 군 작전 등의 이유로 말도 못 꺼냈지만 MB정부 때는 작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권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주요 정책이 뒤집히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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