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올렸느냐? 아니다. 세상에 없던 갑자기 증세는 아니다. 여태까지 했던 내용을 그대로 이번에 구체화시켜서 어떻게 보면 ‘창의적(creative)’이라고 할까요. 그런 방법으로 개선한 것이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핵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9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설명한 말이다. ‘창조증세론’이라 할 만하다.
실제 조세연구원장 출신인 그의 입에서는 세금과 관련된 ‘창조적’ 발언들이 쏟아졌다.
먼저 ‘유리지갑=월급생활자’라는 오랜 인식을 창조적으로 파괴했다. 그는 “옛날에 비해 봉급생활자가 상대적으로 유리지갑은 아니니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면서 “신용카드 공제를 처음 시작한 1999년만 해도 종합소득세가 근로소득세의 3분의 1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종합소득자들 과표가 많이 파악되기 시작했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600여만명이 낸 종합소득세는 9조9000억원이니, 1000여만명이 낸 근로소득세 19조6000억원과 맞먹는다는 논리다. 조 수석은 “봉급생활자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여건이 낫지 않느냐. 그런 부분은 마음을 열고 받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했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니 매출이 들쑥날쑥인 자영업자보다는 낫다는 뜻이다.
부가가치세 대상이 늘었으니, 봉급생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세부담도 늘었다는 설명도 있었다.
자영업자의 세원이 그렇게 잘 드러나 있는데 정부는 왜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장할까? 또 도대체 봉급생활자보다 여건이 못한 영세자영업자가 얼마나 될까?
부가가치세는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포함돼 결국 최종소비자의 가격부담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세부담이 늘었는데 증세가 아니라니, 창조경제만큼이나 창조증세도 어렵다.
조 수석은 프랑스 루이14세 때 재무상 콜베르가 ‘거위에서 털을 고통을 받지 않도록 뽑는 것처럼, 세금 정책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인용했다. 유명한 프랑스 요리 ‘푸아그라’는 잔인하게 거위의 간(肝)을 학대해서 만든다. 프랑스인에게 거위는 그런 존재다. 조 수석에게 국민은 그런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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