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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디트로이트와 노동의 미래
여름 노동현장이 불안하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가 주축을 이룬 자동차산업에서 노사간 대립과 파행은 올해도 이미 예고편을 틀었다.

지난달 비정규직 노조의 과격시위에 이어 상시화된 하투로 하반기 생산일정도 불안해졌다. 임금인상에 정년연장, 성과급 요구, 퇴직금 누진제 등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은 하나같이 파격적이다.

올 상반기 수입차 점유율은 10%를 넘어서는 등 매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작년 동기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자동차산업 본거지였던 디트로이트의 몰락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노동, 특히 잉여인력은 이제 사회적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부채가 된 지 오래다. 노동의 소멸은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적인 미해결 과제가 될 것이다.(피터 드러커)

정보기술의 발달은 노동의 역할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수만평짜리 공장도 사람 하나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자동화됐다. 노동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기술진보로 인해 노동투입은 줄고 자본투입은 갈수록 늘고 있다(제레미 리프킨)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채 거대한 시대흐름을 막아선 사마귀는 혹시 아닐까. 기술숭배적 관점이긴 하지만 노동의 조종은 가장 가까이서 울려퍼지고 있다.

최근 노동집단이 보여주는 폭력성과 이기성은 점점 노동과 자본간 화해의 가능성을 멀어지게 하고, 이런 투자를 늘리게 하고 있다. 노동이 앞장서 조종의 끈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속성은 본디 냉혹하다. 자본에게 인내나 자비를 요구하긴 어렵다. 단체협약에 제아무리 갖은 장치를 만들어 넣어도 자본은 물처럼 새고 만다. 국내 최대 자동차노조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전철을 어긋남 없이 밟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심히 걱정이다.

노동의 이기성은 사회적 댓가를 지불하고 얻은 막대한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사유화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그 결과 이익은 일부만이 향유하고 피해만 사회적으로 배분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노동이 그토록 비판해온 자본의 속성과 뭐가 다른가.

대형 자동차노조가 매년 임단협을 통해 임금을 인상할 때 차값은 오르고 수천개의 협력회사는 납품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거 깎아야 하는 것과 같은 모순. 그 결과 협력사의 빈곤이 사회적으로 배분돼 내재화해야 할 안전ㆍ복지비용이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외부화되는 구조가 되고 만다.

‘꼬박꼬박 월급 주고 고용안정 해주면 됐지’ 하는 식의 사용자 인식도 문제다. 인간은 빵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무시한 채 투입과 산출의 효율성만 고민할 때 노사는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하게 된다.

해석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하기야 우리 노동집단의 복잡성과 이전투구 양상을 감안하면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사실 노조가 잘 조직된 나라일수록 근로자의 건강수준이 높고 노동생산성도 훨씬 높다. 차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고, 산업안전이나 보건수준이 높아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건강한 근로가 가능한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노조가입률은 스웨덴이 71%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어 핀란드 70%, 덴마크 69% 등이다.

그런데 노르딕에서 우리나라처럼 매년 전투적 쟁의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노사가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협의를 통해 노사문제를 처리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딕은 멀기만 하고 몰락한 디트로이트는 그리 먼 것 같지 않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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