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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장용동> 당신이 먹는 고추·오이 안전한가

농약·비료·성장촉진제 덩어리
보기좋은 농산물만 잘팔려

농산물 출생의 비밀 공개
국민건강에 최우선권 둬야


늦더위로 깊은 산속 계곡과 바다를 찾는 인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자연히 먹거리가 뒤따르는데, 서민 식품인 삼겹살과 소주가 최고의 단골 메뉴다.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상추와 고추, 오이로 이는 누구나 즐기는 날로 먹는 국민식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화산섬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등으로 날로 먹지 못하고 반드시 끓여 먹고, 중국은 고비사막 등에서 날아오는 먼지 등으로 기름에 튀겨먹는 음식 문화의 역사성을 감안하면, 우리는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날로 먹는 행복한 먹거리 문화를 가졌음에 틀림없다. 때문에 자연조건이 양호한 특성을 최대한 살려 동양 3국에 내다파는 최고의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야한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더구나 이들 여름철 농산물은 더위를 이기고 활발한 신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오이는 우리 몸의 수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저칼로리 농산물로 체내 노폐물 배출을 적극 도와준다고 한다. 술 마신 다음 날 시원한 오이냉국으로 속을 푸는 이유다. 고추 역시 여름철 입맛을 잃었을 때 좋은 식품으로, 쌈장과 함께 먹게 되면 캡사이신이 위 점막을 자극해 식욕을 증진시키고 뇌에서 엔도르핀 생성을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이들 농산물의 재배현장을 보면 과연 먹어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현실이다. 유기농이 대세이고 건강식품임을 역설하는 상황이지만 되레 건강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독성 식품을 먹는 기분이 들 정도다. 강원도 산골을 수시로 오가다 농산물 재배과정이 공산품 못지않게 인위적이고 유통과정이 무분별함을 알게 되면서 불신이 커지기 시작했다.

우선 이들 채소밭의 흙은 제초제와 인공비료로 얼룩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칭을 하기 전에 이미 독성 농약이 선행적으로 뿌려지고 여기에 화학비료 등이 숱하게 뿌려진다. 고추, 상추, 감자 등을 심은 후에도 살충제와 성장촉진제, 성장억제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살포된다. 올해처럼 장마가 길어져 채소의 잎과 줄기가 물러지고 병균이 많아지면 더욱 그렇다. 줄기가 물러짐을 방지하고 이파리병균을 막기 위해 각종 약제가 살포되는 것이다. 성장촉진제의 경우 오이, 감자, 옥수수의 싹을 1주일 만에 무성하게 키운다. 너무 웃자라면 이번에는 성장억제제를 뿌려 현 상태가 수일씩 지속되도록 묶어둔다. 이를 보면 자연 이치의 무상함은 물론 인간의 장난질(?)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 회의가 들 정도다.

초가을을 겨냥해 한창 자라고 있는 양배추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농산물이 팔려나가고 유통되는 과정은 더욱 한심스럽다. 무조건 크고 윤이 나는 것만 고가의 경매가격에 팔려나가고 우량식품인 양 우리 식탁에 주류로 오르기 때문이다. 잔류농약 검사나 원산지 재배이력 조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자라고 가꾸어진 ‘못난이 채소’는 천대받고 식탁에서 밀려나는 게 현실이다.

농산물 정책을 가격 중심에서 질 위주로 바꾸고 건전한 재배풍토 조성이 시급하다. 못생겨도 맛있고 농약으로부터 해방된 농산물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농정이다.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몇 배 폭등했다는 뉴스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오른 만큼 농민의 마음이 풍부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라봤자 커피 한 잔 값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게 농산물 출생의 비밀을 공개토록 하고 국민 건강이 최대한 담보될 수 있도록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후 건강보험료 지출을 줄이는 출구전략보다 원초적으로 안전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대안이 더 현실적이다. 더운 여름날 아침에 먹은 고추와 오이, 감자의 불안을 정부는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장용동 대기자/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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