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절벽 우려가 고조됐던 지난해 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등이 세금을 더 내자는 성명을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상속세를 인상해 세입을 늘리는 것이 재정절벽 타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 성명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등 20여명의 부유층 저명인사가 서명했다.
세상에 세금을 더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들이 상속문제를 이미 처리했기 때문에 상속세가 인상되더라도 추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지만, 이 성명은 미국 자본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징표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세금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것이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는 사람은 없다. 고대 국가체제가 형성되면서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위해 과세제도가 생겨난 이래, 세금 문제는 항상 사회 변화의 핵심 요인이었다. 세금의 폭발성을 감안해 근대 이후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맞는 다양한 과세기법을 개발해왔다. 최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조원동 경제수석이 세금을 걷는 것을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과 같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말은 루이14세의 재상 콜베르가 세금징수의 기술을 이른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깃털이라도 거위는 그 고통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것이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깃털론은 시대착오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고통스럽지만 감당해야 하는 것이 세금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세제개편에 우선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