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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코넥스 활성화보다 저변 확대가 우선
코넥스(KONEX) 시장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관심이 부쩍 뜨겁다. 지난달 1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홍원 국무총리가 다녀가며 ‘다각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금융 당국이 이달 초 코넥스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은 그 일환인 셈이다. 또 며칠 전에는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고위 인사들이 찾아와 코넥스 관련 업계와 정책간담회를 갖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코넥스는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던 창업초기 중소ㆍ벤처기업의 자금을 자본시장을 직접 조달토록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곳에 여권 인사들이 북적대는 것은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시험대로 그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시장 활성화다. 문을 연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거래가 지지부진하자 조급증이 생기는 모양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출범 첫날을 제외하고는 거래대금이 5억원을 넘은 적이 별로 없다. 심지어 1억원 미만일 때도 있었다. 거래가 매일 이뤄진 종목은 한두 개에 불과하고 아예 매매가 없는 종목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활성화될 기미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총리가 개인투자자 예탁금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불쑥 지시했을까.

코넥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코넥스 시장은 당연히 활성화되고 무럭무럭 성장해야 한다. 지금의 자본시장 시스템에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의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기회는 사실상 봉쇄돼 있다. 코넥스가 활성화되면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은 한결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나 참여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마음이 바쁘겠지만 차근차근 힘을 기르고 여건이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되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 벤처기업 자본시장인 영국의 에임(AIM)도 지금은 1000여개의 상장기업을 거느리고 있지만 출범 당시에는 10개에 불과했다. 코넥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만큼 시간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요 활성화 조치를 취하면 시장 왜곡으로 되레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생태계를 튼튼하게 조성하는 측면의 지원은 필요하다. 가령 운용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 되는 벤처캐피털도 지정자문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11개 증권사가 맡고 있지만 낮은 수수료 등으로 벤처 발굴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부족한 물량을 늘리기 위해 우선주 상장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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