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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한국거래소 이사장 당장 선출해야
‘관치’논란으로 거래소 이사장 선출 작업이 중단된 지가 벌써 두 달째다. 어수선한 상황을 접고 리더십과 업무능력을 갖춘 인물을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뽑아야 한다.


늘 잘못 낀 첫 단추가 문제다. 복지만 떠들다 세금 문제에 봉착하자 다들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호기를 부리다 막상 계산서를 받고서 머리를 싸매는 게 아닌가.

한국 자본시장의 중추인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관치’논란으로 이사장 선출 작업이 전면 중단된 지가 벌써 두 달째다. 중단시킬 때만 해도 명분이 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대체 왜 중단됐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이렇게 장기간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어야 할 ‘중대한’ 이유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비난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작업을 재개한 듯하지만 공모절차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새 이사장 선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거래소가 지난 6월 5~12일간 실시한 이사장 후보 공모에는 관료와 업계 출신 등 모두 11명이 지원했다. 거래소는 이들을 대상으로 같은 달 25일 면접을 한 뒤 7월 초 주주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절차가 중단됐다. 공모절차가 재개돼도 거래소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와 주주총회 결의, 금융위원장 제청, 대통령 임명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한 달, 또는 그 이상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선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공공기관장을 호통치고 싶어서라도 그 전에 뽑힐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온다.

이명박정부 때도 대표적인 인사파행이 있었다.

2010년 4월 금융통화위원 한 명이 퇴임 후 2년이나 뽑지 않은 채 6명으로 파행 운영된 바 있다. 이를 놓고 온갖 말들이 많았다. 국가의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는 금통위원을 2년 동안 공석으로 놔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과 정치권,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졌다.

장기간 공석은 오해와 불신을 넘어 의혹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거래소 이사장의 권한과 상징성은 크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파생상품시장 등 국내 증권 관련 거래를 총괄하는 거래소의 이사장은 원활한 유통과 소통을 책임져야 한다. 그 역할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자본시장 발전은 요원해진다. 특히 거래소는 박근혜정부 들어 할일이 더욱 많아졌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벤처ㆍ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정책에 자본시장도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후속 작업들, 파생상품청산소(CCP) 및 대체거래소(ATS) 설립, 벤처ㆍ중기 자금조달을 위한 코넥스 시장 활성화, 코스닥 독립, 거래소 인력 확충 등 차기 이사장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침체된 시장에서 차기 이사장은 증권업계를 어떻게 되살릴지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주식투자자 502만명, 증권업 62개사의 총 종사자 4만여명, 하루 거래대금 수십조원. 실리가 없다면 명분도 의미가 없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어수선한 상황을 접고 자본시장을 이끌 리더십과 업무능력을 갖춘 인물을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뽑아야 한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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