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거듭 강조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북한에 제의했다.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자”며 이같이 제안한 것이다. 때마침 전날 남북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극적 합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제안인 만큼 얼어붙은 남북 간 해빙의 물꼬를 트고 관계가 진일보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박 대통령이 지난 연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사상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색됐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실험 발사와 3차 핵실험은 물론 대남 핵공격도 불사한다고 위협했으니 그런 평가가 나올 만하다. 그 압권은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다. 게다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으면 폐쇄도 불가한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은 추호의 양보가 없었다. 북한은 북한대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더 깊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행이 광복절을 일주일 앞두고 남북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하면서 사태는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전하는 메시지는 지극히 단순하다. 신뢰를 토대로 한 ‘남북의 상생’으로 간단히 요약된다. 당장 발목을 잡고 있던 개성공단 사태도 일단 매듭됐다. ‘어떠한 경우에도 가동 중단은 없다’는 사실상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으니 흡족하지 않지만 그만하면 됐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남북이 신뢰의 벽돌을 하나씩 더 쌓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제안이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이다. 그리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 제안들이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 모두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운 사안들이다. 특히 군사 대치가 60년간 계속되고 있는 DMZ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남북 서로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가 요구된다.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처음 내놓은 이 구상에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제 북한이 화답할 차례다.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종잡을 수 없지만 개성공단 사례로 보아 미세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 변화의 바람을 타고 남북이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기 바란다. 전제는 북한의 비핵화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열쇠가 무엇인지 북한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슬기로운 용단을 내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