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크(ankh)’는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수메르 사람들이 신성한 상징 앞에서 행하는 ‘생명의 말(言)’에서 비롯됐다. 앙크는 선서(宣誓)이다. 앙크는 이집트에 전해져 최고통치자가 ‘선정(善政)을 펴겠다’는 다짐으로 자기 이름에 넣을 정도로 신성한 것이었다. 선서(oath 또는 vow)라는 단어는 준법, 헌신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날 선서는 도덕ㆍ종교적인 것도 있고, 법정ㆍ청문회 증인선서 등 법에 명시된 것도 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은 ‘최소한 이건 꼭 지키라’는 뜻임을 중학생도 다 안다. 안타깝게도, 법은 세상의 모든 불법행위 유형을 모조리 명시할 수 없기에 자의적 해석과 법망 회피의 여지가 있고, 그래서 ‘유형적’ 조문에 개별 사건을 적용할 때 법률가의 양심에 호소한다. 결국 법 역시 이성과 양심, 상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선서조차 거부했다.
불법 여부를 차치하고 양심과 상식에 비춰보면, 그 대단한 ‘배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거짓말할 기회를 달라”는 것으로 읽힌다.
안 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랑이 혼인서약 절차 때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두 증인이 ‘예외조항’을 들먹이며 변명할수록 양심은 더욱 피폐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사회계약은 세상 모든 선서의 집합체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