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7월 26일 알렉산드리아 광장에 수만명의 군중이 모였다.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의 일장연설이 이어졌다. “우리가 굶주림에 죽어갈 때 제국주의 기업들이 빼앗아 간 것을 우리 형제들이 접수했다.” 연설 중에 ‘접수’가 진행됐고 3시간 연설과 함께 접수가 끝났다. 이날 나세르가 접수한 것은 세계 최장, 수에즈운하였다.
하지만 수에즈운하를 소유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충격에 빠졌다. 처칠은 나세르를 “사악한 돼지”라고 비난했다. 양국에 이스라엘까지 합세, 수에즈전쟁으로 이어졌지만 미국이 중재에 나서 결국 나세르의 뜻대로 수에즈운하는 이집트 소유가 됐다. 이 사건으로 나세르는 아랍의 리더로 떠올랐다. ‘나세르주의’로 불린 아랍민족주의의 승리, 대영제국 몰락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았다.
‘아랍의 봄’의 진원지였던 이집트의 ‘여름’이 핏빛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군, 그 뒤에는 30대 장교로 왕정을 무너뜨린 나세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