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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산가족 · 금강산 분리로 점진적 접근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을 23일 열자는 우리 측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회담을 22일 갖자고 제안해 왔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까지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급속 전환되는 분위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8일 “오는 추석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진행하며 10ㆍ4선언 발표일에 즈음하여 화상상봉을 진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적십자 실무회담을 23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면서 관광객 사건, 신변안전, 재산 등 걸림돌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협의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이산가족 회담 장소는 우리 측에서 판문점을 다시 제의해 협의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회담 자체를 받아들인 것은 의미 있게 봐야 한다. 현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7만2000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80%가 70세 이상 고령이다. 한시가 급하다. 따라서 남북 양측은 장소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하루라도 빨리, 되도록 많은 이산가족이 상봉의 기쁨을 누리도록 해주는 게 인륜적인 도리다.

그러나 이산가족 문제에 금강산 관광을 패키지로 들고 나온 북한 측 전략에 대해서는 보다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일부가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의 무고한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부분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 때문이다. 2008년 북한 경비병에 의해 남측 여성 관광객이 피격된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전면 폐쇄되자 북측은 남측 자산 몰수ㆍ동결, 현대아산의 독점권 취소, 남측 관계자 일방추방 등의 조치를 취했는데 이런 일방통행식 일체의 거래에 대한 정상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차원의 일이지만 금강산 관광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정치적 사안이다. 사건 재발방지와 신변안전보장 등 선결과제는 말만으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 금강산 관광 금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북전면동결인 ‘5ㆍ24 조치’와 직결된 사안이다. 북한의 진정성과 전향적 자세가 요구되는 문제로 결국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한꺼번에 묶어 해결하기보다 인도적인 조치를 확대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매듭을 풀어나가는 것이 남북 간에 불신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견실한 초석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신뢰프로세스도 이런 과정을 잘 거쳐야만 더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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