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관계는 솔로몬왕도 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꼬일 대로 꼬인 매듭을 끊을 칼은 국민이 쥐고있다. 아반떼에 ‘국민차’라는 명예를 씌워준 이가 국민이고, 내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결국 파업에 들어갔다. 물론 20일, 21일 이틀간 각각 4시간에 걸친 ‘부분 파업’이다. 사측과의 협상을 위한 일종의 ‘작전 파업’이다. 하지만 파업 돌입 자체만으로도 파괴력이 크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오는 10월 차기 리더십 결정을 앞두고 있어 파업의 강도가 훨씬 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기업 내부의 일이다. 파업이라도 적법하다면, 기업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경영 리스크의 하나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파업 소식은 어느 해보다도 강한 우려감을 낳고 있다. 안팎 어느 한곳 숨돌린 곳 없는 현재의 암울한 경제 상황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파업은 다른 계열사 노사협상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하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많은 국민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그들만의 이슈’가 아닌 ‘우리의 이슈’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현대차 파업은 당장 협력업체에 ‘돌직구’가 될 수 있다. 현대차 파업 소식에 협력업체와 울산지역 상공업계는 위기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협력업체들은 벌써 금융권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한다. 파업 기간동안 버티기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협력사 사장은 회사 생존을 걱정하고, 직원들은 월급을 걱정해야 할 판이 된다. 문제는 이들이 언제 날아올 줄 모르는 돌을 걱정하는 개구리 신세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도 크다.
얼마 전 모 언론에서는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 A(36) 씨와 비정규직 근로자 B(34) 씨의 처우를 비교한 기사를 실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A 씨의 절반에 불과한 급여를 받고 실직을 걱정해야 하는 B 씨의 현실. 울림이 컸던 이 기사는 그러나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기사에 소개된 A 씨의 대우 때문이다. 연봉은 세후 7000만원, 세금을 떼지 않으면 거의 억대에 육박한다. 40대 중반의 모 중소기업 부장은 “그래도 국산차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아반떼를 선택했는데, 배신감이 크다”고 했다.
물론 실상이 과장됐을 수도 있다. 또 현대차 노조로서도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성과를 낸 만큼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와 일반 국민 사이에 버티고 선 정서적 괴리감의 크기는 커도 너무 크다.
사측이라고 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다. 어쩌면 정서적 괴리감을 촉발한 것이 사측 책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끝나면 형님 동생하며 특근에 야근을 거듭하면 물량을 맞춰냈습니다. 이런 문화가 사라지는 듯합니다.” 한 전직 현대차 고위 인사의 말이다. 그는 “어느 한순간 회사 측이 돈으로 파업을 막아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뢰 관계보다는 돈으로 돌려 막기한 역풍을 맞았다는 논리다.
현대차 노사 관계는 솔로몬왕의 머리를 빌려도 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꼬일 대로 꼬여 있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이기 때문이다. 매듭을 끊을 칼은 국민이 쥐고 있다. ‘그래도 국산차’를 외치며 아반떼에 ‘국민차’라는 명예를 씌워준 이가 국민이고, 아반떼를 매몰차게 내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여! 제발 국민을 두려워하라.
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