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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이종덕> 창조경제, 춤으로 풀어보자!
춤 열풍이 드세다. TV채널을 돌려도 공연장에 가도 춤이 빠지지 않는다. 장르도 무척 다양해졌다. 10대 아이돌그룹의 현란한 댄스부터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살사댄스와 자이브 등의 댄스스포츠, 또 중년층에서는 재즈와 모던발레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히 춤의 시대라 할 만하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싸이가 코믹한 말춤을 추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뮤지컬 ‘시카고’에 관능적인 춤이 빠진다면 그 밋밋한 맛을 누가 좋아할까? 이처럼 춤은 가장 강력한 문화 코드이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양식이다.

그러나 이 춤이 현대무용으로 옮겨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내 저명한 현대무용가가 출연한다고 해 공연장에 가보면 일반 관객들은 거의 없고 무용가의 제자나 친지, 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국립이나 시립 무용단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세계적인 현대무용단이 방문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 해 공연 시장의 매출을 따져보면 현대무용과 전통예술이 몇 년째 최하위권이다. 전통예술은 그나마 민족문화의 계승이란 명목으로 부족하나마 지원을 받고 있지만 현대무용은 그것마저 미미하다. 전 국민이 춤을 즐기고 춤 하나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시대에 가장 혁신적인 현대무용이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사실 현대무용은 어떤 공연예술보다도 어렵다. 대사 없이 오로지 동작으로만 표현되다 보니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친숙한 이야기와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현대무용이 난해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현대무용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창조성이다. 현대무용에는 무수히 많은 상징과 은유가 담겨 있고 온갖 다채로운 이미지가 가득하다. 이성과 인식이 아닌 상상력과 직관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현대무용이다. 때론 광활한 우주를 그리며 존재의 근원을 묻기도 하고, 때론 신화의 세계를 표현하며 관계의 본질을 파고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무용은 창조성과 감성을 일깨우는 최고의 예술이다. 현대무용을 자주 보면 상상력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는 능력이 커진다. 또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재현하는 데도 탁월해 두뇌 개발에 효과적이다. 현대무용의 교육적 효과는 현대무용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유럽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요즘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면서 창조교육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창조경제를 풀어가는 방식이야 다양할 수 있지만, 그 핵심은 역시 창조성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현대무용을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과정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현대무용을 일상의 삶과 접목시킨 커뮤니티댄스가 전국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충무아트홀도 ‘춤추는 꽃중년’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중년 여성들을 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현대무용이 교육과 삶 속으로 들어올 때 창조경제도 살아나지 않을까? 창조경제, 이제 춤으로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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