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거듭 내놓았다. 국민 앞에 천명한 공약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민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신규 세원을 확보하고, 세금을 절감해 복지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만 된다면 더하고 빼고 할 것도 없이 최상의 국정 구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복지 쪽으로 중심을 잡았다 해서 이것이 복지축소냐 증세냐를 두고 벌어진 논쟁의 마침표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차질 없이 복지를 구현하겠다지만 결국은 재원 확보라는 검은 장벽은 그대로 일 것이라는 우려까지 해소하지 못한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총 134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경제부흥에 34조원, 국민행복에 79조원을 투입하겠다며 2017년까지 이 돈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그중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확충으로 50조7000억원, 세출절감을 통해 84조1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담에 불과할 따름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 3원칙’도 제시했다. 국민동의, 우선순위 결정, 낭비 방지를 하자는 것이다. 국민에게 ‘내가 낸 돈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는 믿음을 주라고 지시했다. 특히 복지와 R&D 부문을 거론하며 예산의 전달체계상 누수와 낭비가 적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3년간 확인된 복지 누수액만도 66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까지 예산의 효율성과 절감을 강력하게 주문한 셈이다.
그러나 지금 재정당국은 곤경에 처했다. 세무조사는 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의 반발로, 비과세 감면이 골자인 세법개정안은 ‘월급쟁이’ 세대의 불만으로 주춤한 상태다. 지역사업 축소는 지자체 반발을 부르게 된다. 내년도 무상급식 폭을 둘러싼 잡음은 갈수록 커진다. 말이 쉽지 지하경제에서 4년간 28조원을 걷겠다는 것도 난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접점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데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돈이 들지 않는 복지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복지야말로 곧 돈이다. 박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증세 불가’ 입장은, 장차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세입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기획재정부의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증세를 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견실한 복지를 하자면 구조조정도 증세도 동시에 필요하다. 명분보다는 솔직함을 앞세우는 게 더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