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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차이
남광규 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남과 북이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합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에 동의, 추석을 전후해 지난 3년 간 중단되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이 제안한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에 대해서는 남북이 시일에서는 이견이 있지만 회담 자체는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어서 남북관계가 일련의 대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한 인도적 사안이기 때문에 이유를 불문하고 반드시 적극 추진해 성사돼야 한다. 이산가족 정보통합 시스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상봉 신청자는 12만 8824명이지만 이들 중 40%가 넘는 5만 5960명이 사망하고 7만2864명만이 생존해 있다. 특히 생존자 중 80세 이상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차제에 이산가족 상봉의 규모와 기회, 방법 등을 확대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남북이 합의를 이끌어야 할 절박한 이유다.

그러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이산가족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전제조건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남측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과정에서 개성공단 중단사태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책을 북측에 요구했는데, 금강산 관광도 이와 유사하게 우리 관광객이 북측 초병의 총격에 의해 피격 사망한데 대한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책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최종 합의에서는 우리가 한 발 양보해 북한의 책임을 따로 묻지 않고 남과 북이 미래지향적으로 함께 노력한다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실무회담에서 타협의 기준을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의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남과 북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정도에서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를 낮추어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인정이 아닌 간접적인 형식의 입장 표명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은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개성공단 중단사태는 북측의 일방적인 중단 선언과 근로자 철수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예방적 측면에서 대응한 것이다. 반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원인은 이미 우리 국민의 생명이 희생된 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적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적당히 덮어 두고 가는 형식으로 봉합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만약 앞으로 남과 북이 금강산관광 관련 실무회담에 합의하고 협상을 시작한다면 개성공단 정상화 실무회담에서 나타난 회담 과정과 결과를 준거의 틀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희생을 예방한 것과 희생을 당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런 점이다. 앞으로도 가시적 성과에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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