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00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한국은행이 22일 밝힌 가계부채 총액은 6월 말 현재 980조원이다. 불과 석 달 전에 비해 16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더욱이 최근 전세 파동에 대한 정부 대책이 결국은 전ㆍ월세 자금 지원으로 모아져 가계 빚은 더 늘어날 판이다. 빌린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소득은 제자리이니 부채의 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재깍재깍 돌아가는 느낌이다.
단기간에 가계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6월 말)를 앞두고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분기 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 모두 8조3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주택대출이 5조2000억원이었다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권도 마찬가지다. 보험회사와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 기관에서 빌린 돈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계부채 가운데 카드, 캐피털, 보험, 저축은행 등 고금리 상품 대출이 많다는 게 문제다.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연 4~10% 정도다. 하지만 제2금융권인 카드사의 카드론은 최고 연 28%, 현금서비스는 연 30%에 달한다. 캐피털사의 신용대출 금리만 해도 평균 연 20% 수준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30%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리가 싼 1차 금융기관에서 돈을 조달하기 어려워 2차, 3차 금융권을 헤매다보니 부채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위험수위 도달에 대한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가계부채 위험도가 148.7점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154.4점에 근접했다는 분석했다. 2002년 카드사태 당시 82점보다 두 배나 높다. 비은행 가계대출 비중 급등과 연체율 상승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특히 경기침체 장기화, 주택가격 하락세, 비은행권의 원금상환 요구 등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예사로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일이 터지면 이미 늦다. 지금부터라도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가장 좋은 해법은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늘리는 것이나 당장 실현은 어렵다. 우선은 정부가 구상 중인 배드뱅크의 작업을 서두르고, 비거치식 상환 확대 등 대출구조도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되기 직전까지 왔다고 봐야 한다. 우리 경제가 또 나락에 빠져들지 않도록 더 촘촘한 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