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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적 독립성 시급해진 감사원 개혁
양건 감사원장이 돌연 사퇴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원의 최고 책임자가 또 중도하차를 한 것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양 원장은 임기 4년 중 1년7개월을 남겨놓은 상태다. 도중에 전격 사퇴를 한 것도 의아스럽지만 이를 둘러싸고 관가와 정치권에서 숙덕공론이 일고 있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이게 바로 지금 감사원의 현주소다.

누가 뭐래도 감사원은 헌법 제97조에 설치근거가 명시된 헌법기관이다. 대통령ㆍ국회 등 헌법기관과 법적으로는 격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장의 임기 또한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4년으로 하되 1차에 한해 연임가능토록 돼 있다.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하고 정권교체 때마다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감사원과 감사원장이다 보니 존재 이유도,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양 원장은 자신을 임명한 이 전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뒤집기 쇼’ 하듯 감사결과를 내놓아 다양한 구설을 자초했다. 이 전 대통령 아래에선 별문제가 없고 홍수관리에도 기여한다더니 권력이 바뀌기가 무섭게 4대강 사업의 생명인 보(洑)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급기야 한 달 전에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었다고 까발리듯 한 것이다. 한 입에서 전혀 딴소리를 해대니 신뢰는커녕 대혼란만 부추긴 꼴이었다. 더구나 지금의 4대강 사업의 결과물은 현실적으로 운하로 개조하기 지극히 어려운 구조라는 것은 현장에 한번이라도 가 본 이들은 상식으로 간주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감사원장으로서 발바닥이 닳도록 현장 감사를 직접 지휘했어야 했지만 이런 소식은 듣도 보도 못했다. 양 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자충수라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여기에다 새 정부 인사와의 내부 불화설까지 겹쳐지고 있다. 모두 양 원장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한 결과다. 이유야 어찌됐건 이번 사태 역시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기에 우려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감사원의 기능과 역할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일대 개혁이 시급하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그 생명임은 물론이다. 야당 때는 솔깃하게 개혁론을 펴다가도 집권하면 입을 닦는 정치권이 먼저 각성해야 일이 풀려진다. 헌법기관을 대통령 직속에 두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는다면 정치적으로 자유롭기 어렵다. 국회 관할 등 기존의 다양한 개혁안을 효율적으로 검토해 감사원다운 감사원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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