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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절제력 키우는 육사 인성교육 강화를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일탈 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미성년 여중생과 성매매를 한 육사 생도가 경찰에 붙들리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상대 여중생의 휴대폰을 빼앗아 달아나는 등 잡범들과 다를 바 없는 파렴치함까지 드러내 더 충격적이다. 불과 석 달 전 남자 선배생도가 여자 후배를 교내에서 성폭행한 사건으로 군 전체가 발칵 뒤집어지고 교장(중장)이 전역조치되는 파동을 겪었다. 뿐만이 아니다. 그 사이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육사 생도들이 무단이탈, 술을 마시고 단체로 마사지 업소에 출입하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이쯤이면 우발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육사의 교육과 훈육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육사는 곧바로 여름휴가 중인 생도들을 전원 복귀시키고, 훈육 요원들을 전원 교체하는 등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또 생도의 인성교육과 훈육요원의 책임강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육사 혁신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생도 간 교내 성폭행 사건 이후에도 군 당국은 ‘육사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생도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런데도 달라진 건 하나 없었다. 오히려 육사와 생도의 품위를 손상하는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육사는 나라를 지키는 육군의 핵심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그 때문에 생도들은 엄격한 규율 속에 종교 수도자 못지않은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혈기 왕성한 20대 젊은이들로서는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차 구국의 간성(救國干城)이 돼야 하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도덕성을 요구받는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자신을 억누르고 명예와 품위를 지키는 것 또한 훈련의 한 과정이다. 이런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야 비로소 지ㆍ인ㆍ용(智仁勇)을 겸비한 리더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군 당국은 생도 훈육 과정에서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현실을 탄력적으로 반영할 필요는 있다. 음주든 이성문제든 절제와 품위를 잃지 않는 선에서 일정부분 허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 대신 그런 절제력을 키울 수 있는 인성교육을 더 강화하면 된다. 아울러 육사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받아들여야 한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개혁의 방향은 더 또렷해진다. 실추된 생도들의 명예와 기강을 속히 바로잡고, 더 강한 육사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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