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중 골칫거리 하나는 주방의 기름때다. 남의 손을 빌릴 수도 있지만 외부인이 들락거리는 게 껄끄럽거나 고유 영역을 지키고 싶은 깔끔한 성격이라면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주방 기름때의 집적지는 단연 환풍기 필터다.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필터는 아예 기름종이로 변하고 만다. 최근 영구적인 제품도 나와 있다지만 이 역시 기름때 제거는 피할 수 없다. 기름을 쫙 빼준다는 각종 청소비법이 인터넷에 매일 올라오는 것도 이 일의 난감함을 말해준다. 끈적끈적한 기름때는 무더운 여름, 더욱 신경이 쓰인다. 아예 환풍기를 돌리지 않는 것도 하루이틀, 끝내 모른 척 눈감을 순 없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자’며 씩씩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환풍기 필터에 손을 뻗치는 순간, 사태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틀을 떼어 베이킹소다 세제로 박박 문질러 기름때를 제거하고 필터를 갈다보면 괜한 데까지 손을 뻗치게 마련. 복잡한 장치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왜 시작했나’ 후회막급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없는 게 아니다. ‘남자를 빌려드립니다’류의 서비스 용역이 최근 심심치 않게 활동 중이다. 여성이 어려워하는 전등갈기, 못질, 가구옮기기 등 자질구레한 일부터 전기공사까지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니 요긴하게 쓸 서비스라 할 만하다.
일본에도 ‘벤리야’라 불리는 비슷한 심부름센터가 성업 중이다. 벤리야의 직원은 주로 나이 많은 남자다. 이들이 하는 일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 물이 새는 수도꼭지를 고치거나 전구를 교체한다든지, 싱크대에서 죽은 바퀴벌레를 집어내는 허섭한 일이다. 일본이나 우리나 이런 정도의 일을 어렵게 여기는 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