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가 갈수록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원전 지하에 쌓인 고농도 오염수가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된 것만 해도 충격적인데 이번에는 오염수 저장 탱크 1기에서 방사능 물질이 새 나갔다.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항만에서 채취한 바닷물 오염도를 조사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측정 결과, 방사성 트리튬 농도가 1주일 사이 주변 바닷물보다 8배에서 최고 18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오염수가 배수관을 타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만든 다른 저장탱크도 추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그저 아찔한 생각뿐이다. 우리 정부도 대응책 강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당장 우리 국민들의 식탁 안전이 큰 걱정이다.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명태 꽁치 다랑어 고등어 등은 우리 근해에서 잡히는 것보다 일본에서 들여오거나 북태평양 어장에서 잡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산 전문가들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아직은 식탁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후쿠시마 앞 바닷물은 태평양을 거쳐 미국과 파나마 쪽으로 흘러가 우리 남ㆍ동해는 물론 최대 어장인 북태평양권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주요 어종의 회귀 경로를 보더라도 후쿠시마 지역을 거치지 않아 오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한다. 실제 그렇더라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해류의 흐름과 어종의 회귀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수산물 안전 검사 책임을 지고 있는 식품의약안전처 역시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식약처는 원전 오염수 유출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태평양산 어종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 상태다. 특히 일본산에 대해서는 아예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며 방사능 검출량이 기준치 이내인 만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수입 수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자체를 외면하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후쿠시마 괴담’이 세간에 난무하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당국이 수치나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그 불안감부터 먼저 잠재워야 한다. 무엇보다 오염수 유출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일본 정부로부터 전달받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아울러 수산물 안전에 관한 조사 결과도 매일 발표해 소비자를 안심시켜야 한다. 일본산 수산물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한시적 수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