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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화 문턱 낮추고 더 통 큰 정치 내놓길
청와대와 민주당이 또 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민생 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하자 민주당이 민주화 의지 부족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이로써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동 가능성까지 막막해졌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면 나라가 덜 시끄러울 것이라는 기대는 일단 접어야 할 것 같다. 50일 이상 고함만 들이치더니 갈등의 골만 더 깊게 파고 말았다. 아까운 혈세와 시간을 왜 낭비했는지 이해할 만한 그 무엇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여야 국회의원들이 금배지의 존재감 따위나 내세워 정치적 스트레스를 푼 ‘그들만의 정치 쇼’라는 비판이 비등해지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비아냥거림조차 제대로 눈과 귀에 담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코앞에 다가온 9월 정기 국회가 온전하게 돌아갈 것 같지 않다. 낮잠 중인 민생법안 처리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려면 서둘러 국회를 가동해 지금이라도 결산 심사를 끝내야 하는데 시간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머리를 맞대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도 모자랄 지경에 조잡하게 대화 형식에만 골몰하는 정치다. 국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대국민 의무마저 내팽개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이런 말도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게 솔직한 국민들의 심정이다.

결국은 정치권의 자가당착이 문제다. 서로의 행위가 국민을 위한 지고지선(至高至善)이라 외치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모두 제 논에 물대느라 혈안인 것이다. 어느 쪽이 더하다 할 것 없이 여야 모두 잘못이다. 먼저 민주당은 이쯤에서 장외정치를 접고 국회에서 보란 듯이 올곧고 당차게 민생정치에 나서 보길 권한다. 그게 더 의미 있는 정치이고 더 길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새누리당 역시 누차 지적하는 바지만 집권여당으로서의 입지부터 다지고 볼 일이다. 언제까지 청와대 눈치만 볼 것인지 답답하다.

더 유감인 것은 청와대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3ㆍ15 부정선거 운운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해법은커녕 매듭을 더 보탰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만남의 문턱을 더 낮추고 출구전략을 도왔어야 했다. 그래야 경제상황과 전월세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더구나 경제민주화나 부동산 대책은 물론 지하경제 양성화와 투자활성화를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달라는 당부도 먹혀들게 되는 것이다. 절대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현실 정치다. 청와대가 더 통 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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