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ㆍ카이스트 초빙교수 |
창조경제는 한마디로 ‘창조성이 경제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즉, 혁신적 가치창출에서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해 진다는 것이다. 창조경제1.0은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한 특정 창조산업을 선정했다면 창조경제2.0은 모든 산업에서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해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1997년 영국은 토니 블레어 수상의 주창으로 주로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창조산업을 통해 영국을 발전시킨다는 ‘창조 영국(Creative Britain)’ 전략이 시작됐다. 존 호킨스가 2001년 정의한 영국의 15개 창조산업은 대부분이 문화산업이었다. 영국의 창조경제는 결국 창조성이 가치창출의 중심이 되는 문화산업 정책이 된 것이다. 영국은 창조경제의 종주국이 되고자 영국식 창조경제를 EU, UN, 중국 등에 확산하기 위한 다각도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영국에 이어 호주는 2006년 창조산업부를 발족하고 영국의 창조산업에 ICT를 융합하는 개념으로 창조국가(Creative Nation)전략을 추진 중이다. 일본도 2010년 쿨저팬(Cool Japan) 선언을 통해 음식, 관광 등을 추가한 일본식 창조산업을 정의하고 민관합동으로 추진한다는 공창(公創)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심지어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산업과 문화를 융합한다는 양화융합(兩化融合)이라는 창조경제 전략을 통해 ‘made in China’에서 ‘created in China’로 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UN도 2008, 2010년 발간한 창조경제 보고서에서 과학, 경제, 문화가 융합하는 창조경제 진흥을 통한 세계 경제의 중흥을 제언하고 있다.
한국의 창조경제를 바라보면, 한국은 창조산업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한 산업을 선정하는 창조산업 전략을 넘어 모든 산업에서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해지게 만들겠다는 야심찬 창조경제2.0에 도전한 것이다. 영국의 창조산업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 창조경제 전도사 호킨스 교수는 필자와 토론에서 영국의 그것 보다 ‘한국의 창조경제2.0이 더 미래 지향적’이라는 데 동의한 적 있다. 역시 영국의 창조경제 브레인인 데이빗 패리시 박사도 ‘영국의 창조경제는 문화산업에 포획돼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최초로 모든 산업을 창조산업화하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신경제 패러다임의 최초 개척자(퍼스트 무버)로서 지난 4달간 정체성의 혼란 과정을 겪은 것은 창조적 정책의 당연한 숙명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창조산업을 정의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융합을 촉진해 창조경제 시대를 연다는 본질에 충실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일부 단체의 창조산업을 정의하자는 주장이 혹시 수용될까 하는 노파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창조경제는 결코 융합이 아니다. 융합이 쉬워지는 것일 뿐이다. 내부 혁신을 촉진하는 메타기술(기술을 만드는 기술), 혁신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혁신 생태계, 혁신을 시장에 전파하는 시장 플랫폼이 융합을 통한 혁신을 쉬워지게 하고 있다. 융합을 통한 혁신이 과거에 비해 수십배 쉽게 되면 창조성이 경제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창조성이 곧 돈이 되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새마을운동이 세계로 전파되고 있듯,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한국의 창조경제2.0도 전세계로 전파될 수 있다. 미래의 창조경제2.0 패러다임에서 한국이 그 허브국가가 될 기회를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