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장기화로 지구촌 몸살
100년간 섭씨 0.74도 상승
지구촌 모두가 참여해야 해결
‘설국열차’의 빙하기 남일 아냐
올 8월 무더위는 좀 특별했다. 장마가 오락가락하더니 지난 12일 말복에는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렸다. 고온다습한 아열대현상이 연일 계속되면서 불쾌지수가 도를 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이 아니다. 남유럽은 섭씨 40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였고, 오스트리아는 155년 만에 처음으로 40도가 넘었다. 일본은 39도가 넘는 폭염으로 매일 1000여명의 환자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의 온도는 섭씨 0.74도가 상승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1994년 한국의 폭염 사망자는 3384명으로 1959년 사라호 태풍 사망자 768명보다 훨씬 많았다. 유럽은 2003년 500년 만에 닥친 최악의 폭염으로 무려 3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일시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식당의 냉동고를 시체안치실로 사용해야 할 정도였다.
폭염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지구온난화는 생태계를 바꾸고 해수면을 상승시키며, 태풍ㆍ홍수ㆍ폭염과 같은 자연재해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지구촌 건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사망자가 16만명에 이르고, 건강한 사람들의 수명을 550만년 감소시켰다고 한다.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사망자가 30만명에 이르고 인류의 수명은 1100만년이나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2년 이후에는 폭염 사망자가 서울에서만 3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폭염이 장기화되면 병원균과 해충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세균성질환과 알레르기가 증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가면 살모넬라는 47.8%, 장염비브리오는 19.2%, 황색포도상구균은 5.1%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 알레르기천식학회에서는 지구온난화로 꽃이 피어 있는 개화기가 길어져 꽃가루의 절대량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알레르기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나이가 많거나 비만인 사람들은 심장병 등으로 건강과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사회학자 울리히 백과 앤서니 기든스는 지구온난화를 인간이 초래한 위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지적을 뒤집어 보면 인류 사회가 노력하면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엘 고어가 그의 저서 ‘불편한 진실’에서 제시했듯이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나무와 바다산호를 보호해 온난화를 억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친환경상품을 사용하고, 친환경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실천은 쉽지 않다. 선진국들은 선진국들대로 개발도상국들은 개발도상국들대로 각자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들은 지구온난화가 산업화의 길을 앞서간 선진국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다가, 지구온난화란 명제 때문에 경제개발을 포기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의 규제와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지 16년이 되었다. 많은 나라와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외치고 있지만 그다지 절박한 일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의 키워드는 조기 대처와 공동 노력이다. 오늘의 세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 같이 참여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올해 8월 유별난 무더위를 겪으면서 필자는 지구온난화를 계속 방치하다가는 결국은 영화 ‘설국열차’에서와 같은 빙하기를 맞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