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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식사 골프 금지보다 마음가짐이 문제다

국세청이 100대기업 임직원과의 식사와 골프를 금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장급 이상 간부가 그 대상이다. 비리로 얼룩진 자화상을 지워보려는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역대 청장 18명 중 7명이 법정에 섰고, 6명이 유죄판결을 받은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국세청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만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조치는 수차례의 간부회의 끝에 나온 것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이 내놓은 국세행정 쇄신방안의 골자는 부정부패 근절이다. 의혹을 살 수 있는 행동을 원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의미다. 김덕중 청장은 “나부터 이 시간 이후 대기업 관계자와 사적으로 부적절하게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접촉금지 기업을 100대 기업으로 한정한 점, 동창회 등을 통한 접촉은 허용키로 한 점, 사적인 접촉이 있을 경우 어떻게 처벌할지 구체성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다만, 1000여개 정기조사 대상 대기업의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본청 감사관실에서 모두 전수 정밀검증을 하기로 한 것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청탁이나 납세자와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환영할 만하다. 각 국에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를 감사관실에서 재점검한다면 세무 직원 전체가 사적 접촉 금지 이상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됨은 물론이다. 김 청장이 이와 관련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은 더 이상 없다”는 표현을 쓴 것도 시사점이 크다.

국세청의 쇄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청장이나 간부들이 비리에 연루되면 늘 나오는 게 청렴선언이고 쇄신이었다. 하지만 말뿐인 경우가 많았다. 문제의 인사들이 법정에 선 것은 혁신 노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돈의 유혹이다. 결국 말로만 쇄신을 부르짖기보다 단 한 푼이라도 받지 않겠다는 결단이 중요하다. 무서운 처벌은 당연하다. 간부 개개인들이 뼈저린 각오 없이 그저 단순히 식사 안 하고, 골프 안 친다고 해서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은 웬만한 납세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해 난리고, 월급쟁이들은 세금이 많다고 불만이 높다. 세수를 채우자면 세무 공직 전반의 헌신적 역할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더 이상 기업 로비에 넘어가지 않고, 뇌물에 연루되지 않아야만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그러자면 국민의 신뢰로부터 얻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 어떤 쇄신책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된다.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을 차질 없이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쇄신책만큼은 반드시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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