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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번엔 녹취록 충격, 엄정하게 전모 밝혀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가내란음모 사건 파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국가정보원이 확보하고 있다는 지하혁명조직(Revolution OrganizationㆍRO) 회합 녹취록을 일부 언론이 입수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지난 5월 이 의원이 주도하는 문제의 회합에서는 무기를 확보하고, 목표한 기간시설을 타격하며, 관련 시설 종사자를 포섭해야 한다는 등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관련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리더격인 이 의원은 “거기(북한)는 모든 행위가 애국적이고, 다 상을 받아야 된다”고 한 반면 “우리(한국)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라고 한 놀라운 내용들도 확인됐다. 또 “군사적 체계를 잘 갖춰 전쟁을 준비하자”는 언급도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충격적이다. 

녹취록에 나타난 것들만 봐도 이들이 획책하고 지향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유사시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겠다는 ‘국가 전복’ 목적성이 뚝뚝 묻어난다. 이런 사건에 현역 국회의원과 원내 제3당인 공당(公黨)이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 의원과 통진당은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내놓는 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데도 “국정원 상상속의 소설”이라거나 “민주ㆍ진보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용공조작극”이라고 반발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물론 녹취록이 중요한 증거는 되겠지만 이것만으로 이 의원의 혐의가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정원과 검찰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철저한 수사와 확실한 물증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군사정권시절 시국ㆍ공안사건에 대한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적어도 그런 전철을 밟지는 말아야 한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정치개입 파문으로 곤궁에 빠진 국정원의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않은 상황이다. 국정원은 명운을 걸고 하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정직한 수사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의원 국회 집무실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 행태는 유감이다. 범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법 집행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저지에 밀려 시간만 지체하고 특히 증거가 될지도 모르는 서류들이 파쇄되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나마 ‘협상’ 끝에 겨우 시작한 압수수색마저 의원실 관계자와 일일이 ‘협의’한 것도 정상은 아니다. 이번 파문은 헌정사에 기록될 대 사건이다. 국정원과 검찰, 통진당 모두 사안의 엄중함을 거듭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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