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인간안보의 첫걸음
사회공헌 가능한 진정한 복지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대신
기업들 일자리 창출 지원을
김능환 전 대법관이 ‘편의점 아저씨’의 삶을 택해 세간의 화제였는데, 5개월 만에 접고 9월부터 로펌에서 일한다고 해 또 다시 화제다. 그는 떳떳이 살 수 있는 생업으로 ‘편의점’에서 전문성이 있는 ‘로펌’으로 바꾸었다. 로펌행을 택하며 기자들에게 보냈다는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은 맹자의 ‘양혜왕장구’ 상편에 나오는 말이다.
“만약 백성이 떳떳한 생업이 없으면(若民則無恒産) 그로 인해 떳떳한 마음이 없어진다(因無恒心). 만일 떳떳한 마음이 없어지면(苟無恒心) 방탕하고 아첨하며 사악하고 사치스러운 짓(放邪侈)을 그만두지 못할 것(無不爲己)이니, 백성이 이로 인해 죄를 짓고(及陷於罪然後), 그래서 이들을 형벌에 처한다면(從而刑之), 이는 백성에게 형벌을 주기 위해 그물망질을 하는 것이다(是罔民也). 그러므로 어찌 어진이가 재위하면서(焉有仁人在位) 그물망질할 수가 있으리요(罔民而可爲也). 고(是故)로 명군(明君)은 백성의 생업을 마련해주되(制民之産),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충분하고(必使仰足以事父母), 아래로 처자를 부양하도록 하여(俯足以畜妻子), 풍년에는 배가 부르게 하고(樂歲終身飽), 흉년에는 굶어죽는 것이 없도록 한 후에(凶年免於死亡然後), 백성이 착한 일을 실천(驅而之善)하게 했다. 고(故)로 백성이 통치자의 명령을 쉽게 따랐던 것(民之從之也輕)이다.”
맹자가 지적한 국가 최고통치자의 중요한 책무는 백성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갖게끔 돌보는 것이다. 일자리가 없으므로 인해 죄를 짓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 최고통치자의 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떳떳한 일자리가 없으면 떳떳한 마음이 없어져 쉽게 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적인 현상이다.
필자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재직 시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방문해 교도소장으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수감자 대부분이 수감 전에 떳떳한 생업이 없었다는 것이다. 바른 직업관 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정리더십을 왜 발휘해야 하는지 실감하는 자리였다. 그 후 법무부로부터 수형자의 직업능력 개발에 대한 요청을 받아 연구한 결과 연구책임자인 김기홍 박사팀(2010)은 수형자의 직업능력 개발이 재범을 낮추거나 없애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즉, 직업훈련을 이수한 수형자의 재복역률이 직업훈련 비이수 수형자의 재복역률보다 낮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교도소 내 직업기술교육을 받고 출소 후 일자리를 갖게 되면 재복역률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기사장 혹은 기능장 같은 고급기술자격 취득자의 재복역 사례는 없다는 분석이다. 낮은 수준의 직업훈련보다는 높은 수준의 직업훈련이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일자리가 인간안보의 첫걸음이고, 자아실현과 사회공헌이 가능한 진정한 복지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백성이 부모를 섬기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최저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통해 사회복지를 구현하는 것은 맹자가 살았던 군주국가나 오늘날의 민주국가를 막론하고 국가 최고통치자의 공통적인 책무다. 현대 민주국가나 고대 군주국가의 국정 최고책임자가 갖는 사회복지 책무는 같으나 그 방식은 달라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복지도 마찬가지다. 만약 정부가 모든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면 실패한다. 정부가 일자리 배정을 했던 공산사회주의 국가는 거의 몰락했거나 빈사상태에 있다.
청년고용률이 40.4%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기업인이 주연을 맡아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청년은 교육기관과 훈련기관에서 바른 직업관을 형성해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떳떳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책무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