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측의 적반하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처음에는 이번 사건이 해체위기를 모면하려는 국정원에 의한 날조극이라고 반발하더니 이제 와서는 국정원이 통진당 한 당원을 거액에 매수해 사찰을 한 결과라며 역(逆)음모론을 펴고 나선 것이다. 통진당 이상규 의원은 1일 기자회견을 자청, 정당에 대한 불법 사찰이고 프락치 공작이라며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자고까지 공세를 폈다. 참으로 어이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이석기 의원 등에 의해 내란음모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북한 용어 투성이인 녹취록과 문제의 회합 장소가 만천하에 공개되지 않았다면 끝까지 세치 혀로 잡아떼거나 말장난을 늘어놓고도 남을 저들이다. 이상규 의원의 말 역시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통진당 당원이 매수되는 바람에 5월 12일 모임이 촬영돼 국정원에 넘겼고 그로 인해 내란음모가 세상에 알려졌다는 뜻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정보원은 통진당의 주장에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이석기 의원 등 RO(Revolutionary Organizationㆍ혁명조직) 핵심 인사들의 친북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RO 조직원을 협력자로 얻었고, 그가 5월 12일 합정동 모임 현장을 동영상으로도 촬영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RO 조직원이 촬영한 동영상을 확보했다면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그 어떤 술책과 기만행위도 내란음모의 범주에 속하는 2차 범죄행위나 별반 다르지 않다. 저들의 주장대로 당원이 매수당했다면 내부 자중지란 차원의 문제이고 또 부수적인 사안이다. 매수 여부가 국헌문란 행위보다 우선일 수 없다.
통진당은 적어도 공당이라면 더 이상 자기모순에 빠져들지 말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더 큰 탈을 피하는 좋은 길이다. 당 내부 핵심인사들조차 이석기 등의 RO 발언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워낙 사안이 중대한 만큼 공안당국은 법적 절차에 시종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오로지 북한식 통일을 꿈꾸는 불온불순 세력 척결에 모든 역량을 쏟길 바란다.
때마침 2일부터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 처리 등 국회 절차가 진행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총선에서 통진당과 연대를 한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연대를 파기했으며 이번에 대의를 따르겠다고 한다. 당내 속속들이 모두 그런 입장인지 국민들이 확인하기에는 이번이 아주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