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 - 한상완> 관광산업만 귀하신 몸?
타산업 고용효과 큰 제조업
밀어줘야 할판에 때리기라니…
GM 잃은 美디트로이트처럼
무너진뒤 땅치고 후회할수도


관광산업이 귀하신 대접을 받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온갖 ‘손톱 밑 가시’를 찾아내 뽑아주는 중이다. 중국 관광객 확대를 위해서 복수비자 발급을 허용하기로 하고, 의료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외국인 환자비율 한도를 늘려주고 환자 유치 광고도 허용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국적 크루즈에 선상 카지노도 허용한다고 한다. 이런 대책 외에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관광산업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아웃바운드(out-bound) 수출은 국내에 부가가치를 옛날만큼 많이 떨어뜨려 놓지 못한다.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해외 생산기지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관광은 대부분의 부가가치가 국내에 남는다. 우리 상품이 해외로 나가는 대신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서 소비하는 인바운드(in-bound) 수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용 창출력도 크다.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은 새로 진출할 만한 산업이 그리 많지 않다. 벤처산업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꽤 많이 진출했다. 하지만 관광은 주변 시장 잠재력에 비해서 우리가 잘하지 못하던 산업이다.

문제는 우리의 제조업이 주워온 자식 취급을 받는다는 데 있다. 우리 제조업은 그동안 고도성장의 견인차였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주역이었다. 괜찮은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고(제조업 40%, 서비스업 36%, 2012년 월평균 임금 300만원 이상 근로자 기준), 제공하는 일자리의 정규직 비중도 서비스업보다 높다(제조업 85%, 서비스업 65%). 고용유발 효과 측면에서도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월등하다. 2011년 기준으로 제조업에서 한 명의 고용이 창출되면 타 산업에 2.4명의 고용이 유발되는 반면, 서비스업은 0.4명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조업은 공급 창출을 통하여 서비스업의 수요를 견인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서비스업이 존재 기반을 제조업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제조업이 안으로는 노조의 강경 파업으로, 밖으로는 경제민주화 요구로 병들어가고 있다. 하루하루 영업하기도 힘든데, 현금 쌓아놓고 신규 투자 안 한다고 또 질책이다. 안팎으로 시달리면 손쉬운 가정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법인데, 글로벌 경쟁으로 위험이 큰 신규 투자에 신경 쓸 겨를이나 있을까.

지금은 제조업을 때릴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도 모자랄 형편이다. 미국, 일본, 중국 모두 제조업 경쟁력 제고에 부심하고 있다. 그래야만 신규 투자가 일어나고 국내에 괜찮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경제가 발전하고 공급 능력이 커지면서 서비스업의 기반도 더 튼튼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도 제조업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관광산업, 조금 더 넓게 이야기하면 서비스업 육성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바둑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격언이 있다. 내가 먼저 살고 난 연후에 남을 잡으러 가야 한다는 말이다. 관광산업이나 서비스업을 키우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은 한시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제조업에도 최소한 같은 크기로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말이다. 제조업에도 ‘손톱 밑 가시’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동반성장을 해야 하는 것이지, 제조업을 희생하면서 서비스업을 키우는 것은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산토끼 잡으러 쫓아다니느라 집토끼는 굶기는 우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우리 제조업은 조금씩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제조업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이후,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모두들 ‘아차’ 하는 탄식을 짓게 될 것이다. GM을 잃고 난 후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