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
나의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는 원가절감 노력은 외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부(富)를 더 많이 획득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하청)기업을 만들어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해 이익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원가절감’을 기업 단위가 아닌 국가경제 단위에서 본다면 어떨까.
우리가 원가절감이라고 생각했던 업적이 기실 ‘비용전가’는 아니었을까. 임금이 싼 하청기업을 통한 아웃소싱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인력 구조조정의 한 수단인 정리해고는 사회안전망확보 요구를 강화시켜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물론 노동자의 충성도와 작업몰입도를 떨어뜨려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는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의 나만을 생각하는 원가절감이 사실은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비용전가가 아니었을까.
국가가 기업과 다른 것은 국민을 정리해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는 기업단위가 아니라 국민경제 단위이기 때문에 기업과 다른 시각에서 ‘원가 절감’을 평가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치열한 내부 경쟁을 장려하는 이유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고 국민행복을 실현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다국적 기업 수준인 대기업은 값싼 부품과 노동력을 전 세계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기술개발과 탁월한 노력으로 세계적 대기업이 되었지만, 별다른 원가절감 노력이 없이도 비용전가를 통해 더 많은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도 혼자 힘으로 세계와 경쟁하는 것은 무리다. ‘하청기업’이라고 쉽게 봤던 어떤 중소기업이 이익을 쫓아 거래선을 바꿔버리거나 비용전가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아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생쥐의 도움에 고마워하는 그물에 걸린 사자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최고위 포식자도 살아갈 터전을 유지할 수 없다.
서구 자본주의는 지난 200여년 동안 원가절감과 기술혁신을 통해 지배력을 확장해 왔지만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방식을 지속할 수 있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기업단위의 이익경쟁은 글로벌 경제 체제하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담스미스는 직공(職工)간에 지나친 경쟁은 결국 직업병을 불러오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경영자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간 경쟁도 마찬가지다.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부가 한 곳으로 집중되면 백성은 재산의 규모에 머리를 숙이고 하인이 된다고 했다. 부를 향한 사람의 본성은 그만큼 강렬한 것이다. 맹자 역시 나라 안에서 상하가 자기 이익에만 몰두 하는 것을 경계했다. 사익 추구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오와 월은 서로 멸망을 주고받은 불구대천의 원수지만 한 배를 타고가다 폭풍을 만나자 서로를 구하려고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고사가 실려 있다. 공감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공동생존은 불가능하다.
경제주체들간에 동반성장을 위한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건강한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나선다면 21세기 창조 경제는 대의에 기반을 둔 사회통합의 플랫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