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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언제까지 돌려막기로 복지를 때울 건가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 부족에 따른 정부와 서울시 간 오랜 갈등이 일단 해소됐다. 서울시가 ‘올해 부족한 무상보육비 일부를 추경으로 편성하라’는 정부 요구를 늦게나마 수용한 결과다. 서울시는 우선 2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나머지 부족액 1780억원은 추경과 국비지원금을 통해 확보키로 했다. 서울시가 가장 늦었으나 이로써 보육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무상 보육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보육대란은 또 불거지게 된다. 불을 껐다기보다는 보편적 복지 논란을 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정치권이 포퓰리즘으로 복지를 부풀린 결과다. 무상보육 예산 부족은 뻔하고 온갖 비난은 다 뒤집어써야 할 자치단체장으로선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20조원대를 훌쩍 넘어선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몇 달씩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린 것도 이해할 만하다.

실제 국가가 자치단체에 지원하는 무상보육비 비율은 서울의 경우 전체의 20%, 타 지역은 50%로 무상보육 대상이 늘수록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무상보육 예산이 지난해보다 올해 1조4000억원씩이나 늘었지만 손에 잡히는 세수는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한정돼 있다. 정부 역시 특별교부세 등 이미 지자체 지원금으로 5700억원 이상을 내놓았지만 국고 보조율을 지금보다 20% 추가 상향하는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면 수천억원을 더 쏟아 넣어야 할 처지가 된다. 올 상반기에 이미 10조원의 세수가 구멍 뚫린 상황이다 보니 조세당국으로선 죽을 맛인 것이다.

지금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정치논리다. 서울시의 경우 3년간 불용예산 3조원이라는 여권의 지적을 흘려들어선 곤란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인기 영합적 사업에 군침을 흘리기보다 유연하게 예산조정을 했더라면 보육예산 부족사태는 애초에 없었다는 비판에 박 시장이 어떤 답을 낼지 궁금하다. 여타 다른 시ㆍ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정부의 부담이 경감되지는 않는다. 외과적 수술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되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선 과감하게 선별적 복지로 되돌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국민 대다수는 대선 후보 간에 복지 경쟁이 과도했다는 점을 잘 안다. 이해와 협조를 구해 보라. 국민들도 복지는 공짜가 아닌 세금 청구서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무상보육이든 급식이든 언제까지 복지를 돌려막기 할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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