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분은 벌초를 뜻한다. 추석 전 벌초하지 않으면, 조상이 덤불 쓰고 명절 차롓상 먹으러 온다는 제주도 속담이다. 경기도 어느 지역에선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 친다”며 한가위가 되기 전, 조상 묘를 정갈하게 가꾸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저승에서 한가위가 되면, 염라대왕은 저승문을 열어 혼령을 저마다의 고향으로 보낸다. 나가기를 주저하는 한 망자(亡者)가 있어 그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는 “내 무덤에 풀도 깎지 않았는데, 명절이라 찾아간들 무슨 대접을 받게 될 것이냐”면서 그냥 주저앉았다는 얘기도 있다.
‘제사 안 지낸 것은 남이 모르고,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는 속담에서처럼 제사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벌초에 부여하기도 한다.
선조는 벌초를 음력 7월 보름 백중부터 시작해 한가위 이전에 끝냈다. 주말인 7~8일 전국의 도로엔 벌초 귀성 차량으로 가득했다. 대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모듬벌초’ 행렬은 세 과시하듯 가족의 화목을 자랑한다.
벌초의 훈훈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광양제철소 직원은 7일 찾는 사람 없이 방치된 공장 인근의 무연고 묘지의 벌초작업을 벌였다. 25년째다. 또 충북 음성, 충남 홍성, 강원 횡성에서도 무연고 묘 다듬는 온정이 이어졌다.
경북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 직원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몰지역 벌초·성묘객을 배 여덟 척으로 댐 내 골짜기에 실어나르느라 휴일을 잊었다. 한 명이라도 고립되면 안되므로 3800명이 모두 귀가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고로움도 아끼지 않았다. 벌초는 어느덧 가정의 화목을 넘어 이웃사랑으로 번지고 있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