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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미야자키 하야오/이해준 문화부장
지난 2003년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당시 하야오 감독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는 “이라크를 침공한 나라를 방문할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와 환경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야오 감독은 미국의 월트 디즈니에 비견되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며 아티스트다. 그가 1986년 세운 지브리 스튜디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산실이다. 그는 ‘천공의 성 라퓨타’(1986)를 비롯해 일본 영화상을 휩쓴 ‘이웃집 토토로’(1988), ‘붉은 돼지’(1989), ‘원령공주’(1997),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불후의 작품을 만들었다. 전쟁과 군국주의에 비판적이지만, 항상 어린이의 시선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작품에는 악한이 등장하지 않는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작품 ‘바람이 분다’가 국내에 개봉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태평양전쟁에 사용된 비행기를 설계한 엔지니어의 수순한 열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약간 허무적이고 유미적인 측면도 있지만, 피해 당사자인 한국 관객이 공감하긴 어려운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그의 가족과 국가의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기의 꼬리부분을 생산해 미쓰비시에 납품한 기업가이자 엔지니어였다. 당시 해군기의 이름은 ‘A6M ZERO’로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지로를 연상시킨다.

탁월한 상상력으로 많은 영감을 던진 하야오 감독이 그 집단적 의식의 틀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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